[농업이야기] 아껴야 잘사는 건 불변의 진리
[농업이야기] 아껴야 잘사는 건 불변의 진리
  • 경남일보
  • 승인 2020.12.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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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야 잘산다!’ 이 말은 우리나라 중장년층이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죽하면 근검절약이 미덕이고 청백리가 공직자의 표상이며, 자린고비 영감과 구두쇠 스크루지의 이야기가 동화로 널리 읽혔던 시절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란 건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으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교훈 삼아 들려준다면 분명히 ‘꼰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젊은이들은 궁상맞게 아껴서 잘살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쓰고 많이 벌어서 풍요로운 삶을 원한다. 농업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농업의 규모화와 전업농을 경쟁력으로 인식하여 농업정책을 폈고 실제로 농업인들도 규모화를 목표로 공격적으로 경영 규모를 늘려왔다. 그러다 보니 농기계가 대형화되었고, 대형농기계에 걸맞은 규모로 경영해야만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다.

요즘 들어 농업인 인식이 조금씩 변화해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고부가가치화와 생산비를 절감하여 순수익을 높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작지만 강한 농업(강소농) 육성, 농업의 6차산업화, 체험농장 활성화와 같은 내실 있는 농업경영이 대세로 자리 잡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생산비 절감기술은 현대의 스마트한 농업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쌀의 경우 직파재배를 통해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 ㏊당 벼 무논점파는 75만3000원, 항공 산파는 119만원을 절감한다. 이는 2019년 기준 경상남도 논벼 생산비(734만6000원)의 10%와 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리고 직파가 아니더라도 기존 이앙재배기술을 개선한 벼 드문 모심기를 통해 ㏊당 63만5000원(생산비의 9%)의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

스마트한 농업인이라면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 규모를 넘어선다면 단순한 면적당 생산비로 계산할 수 없는 ‘+α’의 노력이 필요해진다. 가족 농으로 이끌어오던 경영방식에 고용노동력이 필요하게 되고, 고용 인력의 숫자는 일정규모까지는 갈수록 늘려나가야 하는 방식인 것이다. 주변에서 전업농으로 대규모 농사를 지으시던 분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면적을 줄여나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후계농업인이 없는 경우는 더욱더 그러하다. 힘에 부치는 것이다. 흔히들 농업을 정년 없는 평생직장이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알던 농업과는 동떨어진 형태일 것이다. 쉬운 이야기로 굵고 짧게 농사짓는 것보다는 가늘고 길게 농사짓는 것이 현명하고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귀농을 생각하시는 분들과 농업경영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 있는 분들도 한 번쯤은 자신의 경영을 되짚어 보는 것이 아껴야 잘사는 생산비 절감기술 일 것이다. 생산비 절감기술이 몸에 밴 농업인은 외부의 어떠한 어려운 요인도 헤쳐나갈 수 있는 천하무적의 농사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경근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식량기술담당 공학박사



 
이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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