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 사태로 본 자치분권의 미래
[기고]코로나 사태로 본 자치분권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20.12.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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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석 (경남도의회 부의장)
장규석 부의장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보며 또 한 해가 저문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한해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난, 이를테면 ‘코로나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새해 벽두부터 돌풍처럼 들이닥친 코로나 사태는 기어코 진주를 비롯한 우리 경남 전역을 강타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사정을 더욱 어렵게 했다. 불야성을 이루던 시가지가 인적조차 드문 암흑의 공간이 되고 아이들의 명랑한 목소리가 사라진 학교의 모습은 어느새 익숙한 광경이 되었다. 아이들의 귀엽고 예쁜 얼굴에는 어김없이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심지어 체육시간에도 마스크를 쓰고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묘한 감정마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눈부신 활약은 역설적으로 자치분권의 가치를 일깨우게 했다. 코로나 사태 발생초기에 강력한 방역 지침을 마련한 곳 역시 지방자치단체였으며,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논의 역시 각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국가적 아젠다로 채택되었다. 그 뿐인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방역시스템을 구축하여 환자들의 경중에 따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하에 안정적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는 모습은 지방자치단체의 충분한 자치역량을 보여준 단적인 모습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부지불식간에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불신의 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에서 정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가 단순히 행정기관의 하나로 처리하는 기관위임사무를 주로 처리하면서 각종 규제에 묶여 지역의 특색에 맞는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나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지방의회가 집행부에 속한 하나의 내부기관으로 설정되어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도의회에 들어와 의정활동을 해보니 거대한 조직과 인력을 갖춘 집행부를 보좌인력 1명도 없는 지방의원이 올바른 견제와 비판을 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렵다는 것을 바로 실감했다. 다시 말해 지방의회와 집행부가 상호 균형과 견제로 주민의 복리를 증진한다는 지방자치제의 실시 목적은 형식상 구호처럼 보였다.

이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 협의회에서는 오랫동안 집행부로부터의 지방의회 독립을 주장했었는데, 이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의회가 진정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 시행까지 1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새로이 인력도 충원하고 조직도 만들고 각종 제도도 정비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또한 코로나 사태에서 나타난 자치역량을 어떻게 하면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숙제도 잘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도 도민들 모두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해 나간다면 충분히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그 씨앗을 베고 죽는다(農夫餓死 枕厥種子)는 속담이 있다. 당장의 달콤한 유혹보다 건설적인 미래를 위해 희생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농부의 마음과 같이 진정한 지방자치제의 성공을 위해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하면서 자치분권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장규석·경남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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