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거리두기 3단계
[천왕봉] 거리두기 3단계
  • 경남일보
  • 승인 2020.12.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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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며칠째 하루 천 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제 1월 첫 발생 이후 가장 많은 1078명을 기록했고 어제도 1014명이 나왔다. 3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거다. 설정된 거리두기 3단계 조건 범위에 들어섰고 그 발령이 곧 내려질 분위기다. 이 단계는 사실상의 ‘사회봉쇄’다.

▶거리두기 3단계에선 어린이집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은 셔터를 내려야 한다.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종교활동은 영상으로만 설교나 법문 강론 같은 걸 할 수 있을 뿐이다. 직장들은 필수인력 말고는 재택근무가 의무화된다. 극단적으로는 이발조차 할 데가 없어진다. 그야말로 올스톱! 상상키 어려운 비상상황이다.

▶숲의 나무도 거리두기를 한다. 소나무 숲속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나무들 사이에 강줄기처럼 하늘이 열려 있다. 우듬지 부근 가지들이 옆 나무와 닿지 않으려고 거리를 띄우고 있는 거다. 이른바 수관기피(樹冠忌避, crown shyness) 현상이다. 나무가 자라서 높은 곳에 이르러 우듬지끼리 서로 부딪치면 가지를 움츠리거나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

▶이 기이한 자연현상은 ‘식물공동체’가 햇빛을 골고루 이용하려는 본능이라는 게 정설이다. 또 병충해와 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나무들이 스스로 진화해 온 방어기제란 설도 있다. 식물들이 만드는 공존과 상생의 긴장 공간이 곧 수관기피의 공간인 거다. 시사하는 바가 큰 가설이 아닐 수 없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리두기 3단계, 마음 단단히 먹고 대비해야겠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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