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리산에 반달곰…산악열차 재고(再考)해야
[사설] 지리산에 반달곰…산악열차 재고(再考)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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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형제봉주변에 설치한 카메라에 반달가슴곰이 촬영됐다는 소식이다. ㈔반달곰친구들과 형제봉 생태 조사단이 지리산 산악열차 노선예정지와 413m떨어진 지점에서 반달곰 한 쌍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잘 알려진 대로 반달곰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멸종위기종 1급’으로 16년 전부터 수십억원을 들여 지리산에서 복원 중에 있다. 특히 이번에 촬영한 반달곰 중 한 마리는 지리산에서 자연 출생한 수컷이라고 한다. 이는 자연 상태에서 짝짓기가 성공해 그야말로 반달곰 복원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방증(傍證)한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은 형제봉을 품고 있는 하동군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자체 소멸위험지역에 든 하동군은 이번에 반달곰이 발견된 형제봉 주변에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일환으로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처럼 산악열차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024년까지 1650억을 들여 화개~악양~청암면 해발 1000m의 궤도열차 15㎞와 케이블카를 건설, 지역경제를 살리고 또 소멸위험에서 벗어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수십억을 들여 복원하고 있는 반달곰이 공교롭게도 형제봉에서 목격됨으로써 더 이상 사업진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산악열차를 건설해 지역경제도 살리고 반달곰의 복원도 차질 없이 진행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획재정부가 하동군의 알프스 프로젝트사업에 필요한 ‘산지관리법’과 ‘국유림경영 및 관리에 대한 법’을 개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 사업은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지방소멸위험에 해당하는 하동군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설치 등은 현재의 일이고, 이 시대에 멸종한 반달곰을 복원하는 것은 후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함을 담보하는 것이다. 많은 예산과 뜻있는 사람들의 수고에 힘입어 어렵사리 반달곰을 복원하고 있는 이 시점에, 눈 앞 이익만을 쫓아 반달곰을 산에서 쫓아내려 한다면 후세대에 두번 빚을 지는 일이다. 하동군의 지리산 형제봉 산악열차·케이블카 설치를 재고(再考)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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