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해법을 찾다[4] 자정노력으로 우려 해소해야
전동 킥보드 해법을 찾다[4] 자정노력으로 우려 해소해야
  • 백지영
  • 승인 2020.12.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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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킥보드, 법개정 만으론 해결 한계…이용문화 정립 필수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일 하루 전인 지난 9일, 국회는 다시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담긴 PM 관련 내용 상당수는 운전면허 보유, 안전모 착용 등 전대 국회가 지난 5월 없앤 조항을 다시 되살린 경우다. 2인 탑승 처벌, 어린이 보호자가 도로에서 어린이가 PM을 운전하게 한 경우 처벌 등 일부 기존에 없던 조항도 추가됐다.

PM 관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규제를 완화한 졸속 입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1월 공포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공포 4개월 후 시행되도록 규정된 점을 고려하면 내년 5월은 돼야 일상에 적용될 예정이다.
10월 7일 서울 서초구 서리풀 터널 인근에서 두 시민이 한 대의 공유 전동킥보드에 함께 탑승한 채 터널 내 보행 전용 인도로 향하고 있다.

◇강화법 따른 단속만으론 역부족=그렇다면 수개월의 ‘안전 공백 기간’을 거쳐 내년 5월이 되면 PM 관련 안전 문제들이 확연히 감소하고 관련 사고도 줄어들까.

상당수 업계나 관련 기관 종사자들은 이번 법 개정이 모든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처벌 조항이 생겨도 관련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속한 배달 등을 이유로 법규를 위반하는 오토바이가 즐비하지만 처벌은 소수에 불과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나마 오토바이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신고나 무인 카메라 단속에 따른 제재라도 가능하지만, PM은 번호판이 없어 이조차 힘들다.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는 이상, 단순 법규 위반자를 찾기 위해 폐쇄회로(CC)TV 추적 등에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은 우연히 경찰의 교통 단속에 실시간으로 적발되는 경우만 처벌이 가능한 셈인데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단속이 이뤄지는 대형 도로가 아닌 골목 곳곳을 누비는 이용자 특성 탓이다.

그렇다고 도시 곳곳에 경찰 다수를 배치해 물량 전술에 나서는 것은 현 인력 체계상 불가능에 가깝다.

진주시 기준 교통 외근 경찰은 시간대별로 4인 1조가 전부다. 그나마 평일 낮에는 오토바이 기동대 2명이 근무하지만, PM 이용이 빈번한 저녁이나 주말에는 이마저도 없다.

음주 단속 업무처럼 지구대·파출소를 동원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지역 내 주취·소란 등 다양한 신고에도 대응해야 하는 특성상 교통 단속에 전념하기 힘들다.

어쩌다 이용자가 단속 현장을 마주하더라도 대부분은 전방에 단속 안내판이 설치된 만큼, 목격 시 하차해 자가 PM은 끌고 가고 공유 PM은 그 자리에 반납 처리하는 꼼수를 쓴다면 처벌이 쉽지 않다.

지자체의 꼼꼼한 관리와 업계·이용자의 자정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10월 9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한 시민이 안전모를 착용하고 전동 킥보드 운행 규정에 따라 도로 가장자리를 달리고 있다. 음식물을 담을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용 가방을 등에 멘 점을 고려하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과도기…함께 노력해야”=업계는 최근 잇따른 법 개정으로 이용자 등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하면서 ‘개인형 이동수단에 관한 법률(PM법·가칭)’ 빠른 제정과 함께 지자체들에 이용 질서 구축을 위한 적극 행보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진주 등에서 공유 전동킥보드 ‘씽씽’을 운영하는 이형진 팀장은 “PM법이 제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안전하게 이용하는 틀을 만들어준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업체들이 신설법을 준수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논란이 되는 문제 상당수는 새로운 것에 대한 과도기라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진주에서 10개월간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에 비춰볼 때 사용자들에게도 이용 문화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시간이 흐르면서 이용자들이 보행자 관점에서도 전동 킥보드를 바라보게 되면서 불량 주차 비율 등이 감소해가는 게 체감된다고 했다.

진주처럼 인구 대비 공유 전동킥보드가 포화 상태인 지역은 각 업체가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하기 쉽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총량제를 도입해 적정한 밀도를 관리해줄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용 문화 조성을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그가 서비스하는 지역 중 하나인 대구시는 업체 3곳과 꼼꼼한 조율을 거쳐 지난 10일 ‘대구광역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안전 증진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 중 ‘대여 사업자 준수 조항’을 통해 △안전모 비치 혹은 보관함 설치 △최대 시속 15㎞로 제한 △PM 주차장 확보 운영 △(운전자 실수에도 보상이 가능한) 보험 가입 △불법 주차 PM 신속한 이동 등을 요구하며 미준수 업체에는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씽씽’은 일부 기기에 안전모를 비치하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앱을 통한 잠금·해제가 가능한 안전모 거치함을 부착하는 방식이 실효성이 있으리라 보고 관련 개발을 진행 중이다. 대구시가 요구한 강화된 보험도 현재 보험사와 협의에 들어갔으며, 내년 2월부터는 대구 내 최대 시속을 15㎞로 제한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특정 업체만 반납 사진 의무화 등에 적극적이라면 이용자들이 제약이 덜한 다른 업체로 옮겨가 손해”라며 “지자체가 조례로 강력 단속을 선포하며 모든 업체에 준수를 요구한다면 업체 끼리 눈치 볼 필요가 없어지고, 이용자에게도 준수를 요구할 명분이 뚜렷해져 더 좋다”고 밝혔다.

 

 

 

서초구가 지하철역 인근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한 전동 킥보드 주차구역.

도로 한복판 불량주차 끝
서초구, 전국 최초 주차 허용·금지존
서울시, 반납 사진 의무화 등 MOU

공유 전동킥보드가 도입된 대다수 지자체는 무질서한 주·정차에 따른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서초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전동킥보드 주차구역을 설치했다. 타 지자체처럼 공유 PM을 불법 ‘도로 적치물’로 규정해 강제 수거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단속이 능사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초구는 주차 민원을 업체에 통보해 치우도록 하는 핫라인 개설과 함께, 공유 PM 이용이 많은 지하철역 주변 등을 중심으로 보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에 ‘주차구역’임을 알리는 노면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월 주차구역 50곳을 설치한 뒤 효과가 있자 6월에는 자전거 거치대 28곳에 전동 킥보드도 병행해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함께 혼잡지역 내 보도 중앙, 횡단보도 진입로 등 50곳은 ‘주차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노면에 표시했다.

 
서초구가 버스 정류장 인근에 승하차 승객 통행 방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전동 킥보드 주차금지 구역.


서초구 관계자는 “주차구역에 주차한다고 이익을 주거나, 금지 구역에 주차한다고 불이익을 주지는 않아 모든 불량 주차가 근절된 것은 아니지만, 운영 전과 비교해 확실히 문제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설치 전후로 이용자들이 목적지 인근에 주차(병행)구역이 있다면 이곳에 주차하고, 주차금지 구역에는 주차를 자제하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각 업체가 분석한 반납 데이터에서도 개선이 뚜렷하게 확인되자 서초구는 내년에도 주차구역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전국 최초 시도였던 만큼 창원·대구·제주·포항 등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도 문의가 쇄도했다.

실제로 창원시는 최근 서초구 방식에 자체 아이디어를 접목해 전동킥보드 주차구역 운영을 시작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예정 노면에 우선 2주간 스티커를 붙여 인근 시민들의 민원을 수렴하고, 이후 스티커를 제거한 뒤 페인트로 주차구역임을 표시한다”며 “혹시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민 등으로 혼잡한 장소라면 반영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자체적으로 관련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서울특별시 정차·주차위반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부 지자체처럼 도로 적치물로 보는 방식은 부당하다는 90년대 대법원판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문제를 ‘불법 주·정차’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견인 대상 차종에 ‘개인형 이동장치’를 추가해 견인료·보관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시의회에 상정했다.

의결 통과 시 내년부터 시행에 나설 예정이지만 견인 시 공유 PM 업체 측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선 업체에 불법 주·정차 민원을 전달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으면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에는 공유 PM 업체 16곳과 주차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유 PM 이용질서 확립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가로수·가로등 옆 등 주차 권장 구역 12곳과 점자 블록 위 등 주차 제한구역 14곳을 지정하고 기기 대여 시 관련 푸시 알림을 발송하도록 했다.

반납 시에는 주차 상태를 촬영·제출하도록 하는 한편, 반복적인 수칙 위반자는 이용을 제한하는 등 함께 올바른 PM 문화 정착을 유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외에도 △기기 방치 등 민원 신속 대응을 위한 ‘자체 민원관리 체계’ 마련 △(기기 결함 외의 사고도 포괄하는) 책임보험 의무 가입 △자전거도로 등 관련 시설 확대·정비를 통한 이용 활성화 도모 등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 미래교통전략팀 관계자는 “결국은 이용자들이 질서를 지키며 타는 것이 중요한데, 이들이 질서를 지키게끔 업체들이 가이드라인 제시 등 관리해줘야 한다고 봐 MOU를 체결했다”며 “현재 각 업체의 MOU 준수 여부를 현장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10월 7일 서울 강남구 언주역 인근에서 안전모를 착용한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 운행 규정에 따라 차도 바깥 차선을 달리다가 우회전을 하고 있다.
     
서울시 한 보행 전용 터널에 덩그러니 주차돼 있는 공유 전동 킥보드.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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