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장노출 사진
[천왕봉]장노출 사진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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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세계 최장 노출사진이 며칠 전 영국에서 공개됐다. 무려 8년 동안 태양이 지나간 자국을 담은 사진이다. 동짓날부터 맨 위 하지까지 태양의 궤적이 2953개의 선으로 고스란히 담겨진 몽환적인 작품이다. 헬리오그래프 또는 솔라그래프라 불리는 태양궤적 사진이다. 고적적 기술을 활용한 핀홀카메라 덕분이다.

▶2012년 허트퍼드셔 대학에서 석사 과정 중이던 레지나 발켄버그는 맥주 캔에 바늘구멍을 뚫고 반대편에 인화지를 붙인 뒤 빛이 안 들어가게 꽁꽁 감싼 핀홀카메라를 만들어 대학 천문대의 망원경에 설치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천문대 연구원이 최근 핀홀카메라를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산물이다.

▶카메라의 원조 격인 ‘카메라 옵스큐라(바늘구멍상자)’는 아리스토텔레스 당시 등장했다. 다빈치의 작품 활동에도 활용된 문물이 조선후기 다산 정약용에게까지 전해졌다. 다산은 이를 ‘칠실파려안’이라 불렀다. 칠실(漆室)은 ‘매우 깜깜한 방’, 파려(玻瓈)는 ‘유리’, 안(眼)은 ‘보다’라는 뜻이다.

▶칠실파려안은 바늘구멍상자를 통해 비친 화상에 종이를 대고 그림을 그렸던 도구였지만, 우리나라 카메라의 비조라 해도 무방하다. 실제 사진이 등장한 것은 1883년 경상남도 관찰사를 역임한 황철에 의해서였다. 코로나19 창궐과 가치가 전도된 지난 1년을 칠실파려안에 렌즈를 달아 장노출로 촬영했다면 과연 어떤 형상이 담겼을까 궁금한 세밑이다.
 
한중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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