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SK이노베이션의 인사제도 혁신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SK이노베이션의 인사제도 혁신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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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기업들은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조직 체계가 대체로 과, 부 등의 체제로 운영되었고, 입사하여 평사원으로 경력을 시작하여 과장이 되면 과를 맡고 부장이 되면 부를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 회사 조직 내에서의 호칭은 매우 다양하다. 신입사원의 경우는 특별한 직위나 직책이 없다보니 마땅한 호칭이 없어서 ‘OO씨’로 부르다가 대리, 과장, 부장과 같은 호칭을 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팀장, 부문장, 사업부장과 같은 호칭이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호칭들은 사실상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서부터 인사평가(인사고과), 승진제도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운영 체계와 조직관리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예컨대 조직 구성원을 어떻게 호칭하는가를 살펴보면 그 조직이 연공서열제적으로 운영되는지 능력주의에 기반하여 관리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조직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적인 개념으로, 직위(position), 직책(duty), 직급(job grade)을 들 수 있다. 먼저 직위란 그 조직 내에서의 서열을 의미한다. 어떤 조직이든지 계층 구조가 존재한다. 그 계층 구조에서 어느 위치에 자리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서열이 결정되는 데 그 자리를 직위라고 한다. 조직구조 상에서 승진이란 그 계층구조에서 더 높은 단계로 이동하여 직위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 직위의 상승이 입사순위나 근무연한, 나이나 학력 등을 기준으로 삼는 조직이라면 연공주의에 기반한 조직관리 체제인 것이고, 그 평가 기준을 능력이나 성과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면 능력주의에 입각하여 운영하는 조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대부분의 조직이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회장과 같은 순으로 직위가 형성되고 구성원들은 그러한 위계적 계층을 따라 승진하게 된다.

한편 직책이란 하부 단위 조직을 맡아 통솔 운영하는 임무를 말하는 것으로 권한과 책임, 의사결정권과 관련되어 있다. 국내 기업들에서는 팀장, 파트장, 그룹장, 사업부장, 본부장 등과 같은 명칭과 체계로 운영되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높은 직책을 맡았다고 해서 조직 내의 위계적 서열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권의 범위가 넓고 권한과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직책을 맡는 것은 아니다. 직책은 전문성이나 경험, 그 단위조직이 수행해야할 업무적 과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여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직위는 한번 얻고 나면 그대로 유지되는 지속성이 있는 반면, 직책은 일시적이거나 임시적으로 맡게 되는 보직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언제든지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반해 직급은 그 조직에 얼마나 오랫동안 근무하고 봉사했는가를 먼저 고려하는 연공서열적 요소들에 의해 매겨지는 것으로 때가 되면 자동으로 높아져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조직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일반적으로 호봉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직급제도는 연공서열주의에서 벗어나서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직급파괴’ 현상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은 무사안일에 젖거나 역동성이 결여된 관료적 경직성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현대의 조직은 급변하는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되고 말았다.

며칠 전 SK이노베이션이 2021년부터 전통적인 직급체계를 단일화된 하나의 직급으로 통일하는 인사제도의 혁신을 단행한다고 발표하여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혁신안에 따르면 부장급 이하의 직급 체계는 ‘PM(Proessional Manager)’으로 통합함으로써 지금까지 직급에 적용되어오던 승진제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직급이 아니라 성과에 따른 공정한 급여와 보직을 받게 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의 정책을 위해 이른바 ‘3벽의 파괴’ 즉 조직과 시공과 계층의 파괴를 추진해왔다고 한다. “자유로운 사고를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구성원의 더 큰 성장을 돕기 위해 직급 파괴를 결정했다”것이 SK관계자의 말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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