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온택트 남해일출
[경일춘추]온택트 남해일출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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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남해군 문화관광과
 
기념일이나 이벤트를 잘 챙기지 않고 살아가는 편이었다. 날마다 새날이어서 생일이고, 해가 뜨고 지기를 365일 반복하면 어김없이 새해가 되었다. 특별히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거나 요란하게 해맞이 구경도 하지 않는 편이어서 일상에서 느끼는 무던한 행복이 좋았다. 나는 꽉 찬 계란한판일 때 아가씨라는 이름표를 떼고 하얀 면사포를 썼다. 신혼의 한 고개를 넘으면 얻을 수 있었던 ‘엄마’라는 별칭은 나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 마냥 어려웠다. 여유로웠던 마음은 해가 거듭할수록 조급함으로 변해 2009년에는 새해의 일출보기와 소원 빌기에 동참했다. 눈밭에 굴러도 안 얼도록 내 키 만한 패딩 외투를 입고, 만주 개장수에게나 어울릴법한 털모자를 쓰고, 살아있는 사람의 소원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영험한 남해금산에 올랐다. 상주 앞바다에서 불덩이 같은 붉은 해가 장엄히 솟아오르자 마음 깊이 감춰둔 기도를 하고, 무엇보다 간절했던 내 마음은 해뜨기 전 가장 춥다는 강추위도 녹일 것처럼 뜨거웠다. 그해 남해금산에 올라 오메가 일출을 영접한 덕분인지 이듬해엔 바알간 햇살 같은 딸을 품에 안게 되었고, 무심히 보내오던 연말에는 일몰을 보러 망운산에 오른다. 붉었던 해가 장관을 이루다 서서히 하강하면 가족 모두 언 손을 잡고 무탈한 올 한해에 대한 감사인사를 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 상주면에서는 해넘이 해맞이 행사와 물메기 축제가 열렸다. 모닥불을 쬐며 떡국을 먹고, 향토음식인 물메기탕을 맛보며 서로에게 건강과 행복을 바라거나 승진을 함께 걱정하거나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덕담을 했다. 가천다랭이 마을에서는 마을 기원제를 올리고,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떡국으로 시골인심을 전했다. 첫새벽부터 농악을 울리며 잠든 바다를 깨워 풍어와 만선, 그리고 안전을 기원했다. 깜빡하고 늦잠을 자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가까운 선소항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마을부녀회에서 준비해주신 굴떡국은 넉넉한 마음을 먹는 일이었다. 해가 하늘꼭대기로 오르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해전통시장에 들러 해산물을 사는 것은 우리 집만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아름다운 강진만 청정바다에서 수하식으로 길러낸 싱싱한 굴과 꼬물거리는 낙지는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는 묘약이었다. 올해는 모든 행사는 취소되고, 코로나로 강도 높은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아쉬운 마음은 줌(zoom)으로 달래면 어떨까. 올해는 고마운 분들에게 부적 같은 마스크를 선물하고,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하는 일출보다 남해군 유튜브 채널로 집안에서 새해 아침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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