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원도 아깝다
2500원도 아깝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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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상임고문)
KBS의 수신료는 2500원이다. 크지 않은 돈이다. 식사 후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 근데 그냥 내기가 싫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불쾌하다. 기분 같아서는 TV를 부숴버리고 싶을 지경이지만, 아이들 때문에 참고 또 참는다.

절대로 그럴 리 없겠지만, KBS가 시청자를 주인으로 섬기고, 공영방송에 주어진 공적책무를 성실히 수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수신료 2500원은 턱없이 적다. 더 달라고 애원하기 전에 자진해서 더 낼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앞장 서서 수신료 인상을 홍보하고 다닐 용의도 있다. 그럼에도 고작 단 돈 2500원이 아깝다고 느끼게 만드는 건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제발 한 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햄버거 가게에 가면 세트 메뉴는 안 시킨다. 단품이 좋은데 굳이 감자와 음료수까지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햄버거를 선택할 권한은 나에게 주어져 있다.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근데 전기세와 세트 메뉴로 제공되는 KBS수신료는 선택권이 없다.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아도 무조건 내야 한다. 전기요금 체납자가 되기 싫기 때문이다. KBS 수신료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로 남아 있다.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답변을 했다. ‘국민청원을 계기로 KBS는 수신료의 가치를 무겁게 인식하고, 공영방송의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KBS는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KBS는 수신료를 내는 국민의 목소리를 묵살해버리는 잔인한 짓을 버젓히 자행했다.

공영방송 KBS의 실핏줄인 KBS진주방송국을 비롯한 을지역국의 방송국을 지역보도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통폐합했다. 전국 7개 지역국의 시청자들이 죽을 힘을 다해 반대했다. 머리띠를 매고 거리로 나섰다. 기자회견을 통해 통폐합을 극구 반대했다. KBS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들에게 시청자는 없다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 증명했다.

그래서 ‘시청자가 주인이다’는 박쥐 같은 소리도 듣기 싫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흰 옷 입은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었던 적이 없다. KBS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시청자를 주인으로 대접한 적이 없다. 수신료 인상을 위해 그냥 습관처럼 내뱉는 말에 불과했다. 혹시라도 주인 대접을 했다고 강변한다면 한 번 쯤 믿어 줄 수는 있다. 근데 진정성이 없다면 믿어 줄 사람이 있겠는가.

KBS가 또다시 수신료 인상을 내뱉고 있다. 지난 2007년, 2010년, 2013년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에 절규하는 이 고난의 시대에 KBS가 내뱉는 말이 고작 수신료 인상이다. 힘든 건 알겠는데, 이건 좀 심하다. 저주와 비난의 화살을 마구 퍼 부어도 분이 안 풀릴 지경이다.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읍소해도 모자랄 판에, 방통위원장과 정부 여당의 힘을 빌어 수신료를 인상해 보겠다는 얄팍한 수도 얄밉다.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을 KBS 스스로 만들고 있다. KBS의 주인인 시청자보다 정치권에 줄을 대는 이런 광경을 보면서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는 국민은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KBS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여기에 적는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수신료를 인상시키고 싶으면 국민에게 먼저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하다. 2500원 내는 것도 아깝다.

 
황경규/진주향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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