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51]러시아 에르미타시 박물관(2)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51]러시아 에르미타시 박물관(2)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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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파이처럼 속이 꽉 찬 박물관 기행
 
루브르박물관을 앞에 두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지 막막했던 적이 있다. 같은 경험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아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오기 전에 박물관 도록을 미리 공수하여 여러 차례 정독 했고, 박물관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하며 나름대로의 배경지식을 쌓았다. 박물관은 이러한 정성이 헛되지 않고 애써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다.

우연히 마주했을 때 더욱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도 몇몇 있긴 했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전시장을 찾는다면 유명한 작품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박물관을 나오면서 ‘아차! 그 작품을 못봤네’ 하고 후회하더라도 재입장하여 특정그림만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는 일이 루브르나 예르미타시 같은 초대형박물관에서는 더욱이 힘든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형박물관에 입장 할 때는 미리 동선을 설정하고, 감상 할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관람에 도움이 된다. 예르미타시박물관 전시실에는 각 작품에 별도의 설명이 쓰여 있지 않아 관람 전 박물관 서점에서 미리 도록을 구입하거나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하면 대표작품들을 쉽게 이해하면서 감상 할 수 있다. 속이 꽉 찬 러시아식 파이 ‘피로그(pirog)’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박물관 관람에 가장 필요한 체력을 회복 했다. 그리고는 입구에 비치된 지도를 손에 쥐고 예르미타시에서 빛나고 있는 ‘진주(眞珠)’를 찾으러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예르미타시 박물관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구 예르미타시, 신 예르미타시, 예르미타시 극장, 소 예르미타시, 참모 본부 건물, 박물관 관장의 관저로 쓰이는 멘시코프 궁, 본관으로 여겨지는 겨울 왕궁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의 건물들은 시간간격을 두고 지어진 만큼 각각 다른 양식으로 건립 되었지만 예르미타시라는 이름하에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매달 첫째 목요일에는 모든 관람객에게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러시아 국민들과 타국 관광객들에게 관람료를 차등 적용하여 자국민들이 문화생활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박물관은 원시시대 유물부터 20세기 전반의 예술작품까지 총 8개 분야에 걸쳐 전시하고 있으며 소장품은 약 300만점에 달한다. 예르미타시의 전시품들을 전부 보려면 한 개 당 1분씩만 보더라도 5년이 걸린다는 재미있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다수는 겨울궁전에서부터 관람을 시작하는데 관람객이 많이 붐비는 시간을 피하지 못했다면, 러시아 군대의 사령본부로 쓰였던 참모 건물로 이동하여 그곳에 전시 되어 있는 인상주의 작품부터 먼저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돈나 리타’(Madonna Litta) 캔버스에 오일(42 x 33㎝) 예르미타시 미술관 소장
◇예르미타시에서는 이 작품

겨울왕궁 1층 남쪽 전시실에서는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프랑스, 독일 미술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겨울왕궁에 자리한 러시아관에서는 11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러시아 유물과 예술작품들을 볼 수 있다. 다른 박물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러시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마음껏 구경 할 수 있는 이 전시관은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구 예르미타시에서는 티치아노와 베로네세 같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돈나 리타>는 박물관에서 꼭 보아야 할 작품으로 여겨진다. 1490년대 중반 밀라노에서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다빈치의 균형 잡힌 구도가 인상적이다. 게다가 대칭을 이루는 창문너머에는 배경만 떼어 놓고 보아도 훌륭한 작품이 될 법한 광활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램브란트 ‘돌아온 탕자’(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캔버스에 오일(262×206㎝) 예르미타시 미술관 소장
한편, 신 예르미타시 1층에 위치한 3개의 전시실은 자연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이곳에서는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활동 했던 이탈리아, 스페인 출신화가 틴토레토, 벨라스케스, 무릴로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남쪽 서관에서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를 대표 화가 렘브란트와 바로크 시대의 거장 루벤스의 작품들을 함께 감상 할 수 있다. 특히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는 렘브란트의 성서화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걸작이다. 당대 많은 화가들이 이 그림과 같은 내용을 주제로 삼았는데, 어두운 화면 속에서 방황하던 아들을 용서하는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을 극적이면서도 따스하게 그려낸 것을 보면 역시 렘브란트다. 그의 첫 번째 부인 사스키아도 액자 속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화관을 쓴 꽃의 여신으로 표현된 사스키아는 몸을 살짝 틀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사스키아와 결혼하던 해에 그린 그림으로 화가로써의 성공과 미모의 아내를 만나는 행운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그는 많은 관람객들의 부러움을 산다.
 
램브란트 ‘플로라의 모습을 한 사스키아의 초상화’(Saskia as Flora) 캔버스에 오일
예르미타시는 1948년 인상주의와 신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대거 추가 되면서 20세기 작품이 보다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다. 르누아르, 모네, 고흐, 세잔, 드가 등 친숙한 화가들의 작품은 궁전광장을 사이에 두고 겨울왕궁 맞은편 건물 동관 4층에 위치하고 있다.

반 고흐의 말년 작품들도 놓칠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고흐가 하늘의 별이 된 해에 그린 ‘오두막집’은 그가 마지막으로 생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풍경을 나타낸 그림이다. 화가가 고향 네덜란드를 회상하며 그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반적이다. 현대미술의 발전을 이끌었던 마티스, 피카소, 칸딘스키까지 만난다면 예르미타시를 두루 살펴보는데 꽤나 성공적이라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 색채로 표현주의를 선도했던 마티스의 작품들을 러시아 땅에서 많이 만날 수 있게 된 데에는 마티스의 연인이었던 리디아의 역할이 컸다. 그녀가 마티스의 작품 40여점을 자신의 고국인 러시아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마티스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음악’, ‘춤’, ‘붉은색의 조화’이 포함되어 있다,



위치: Palace Square, 2, St Petersburg, Russia

운영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월요일 휴관)

입장권: 500루블(약 7500원)

홈페이지: https://www.hermitagemuseum.org/



 
앙리 마티즈 ‘춤Ⅱ’ 캔버스에 유채(260×391㎝)
반 고흐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오두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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