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축년 새해, 희망 바이러스 온나라에 퍼지길
[기고]신축년 새해, 희망 바이러스 온나라에 퍼지길
  • 경남일보
  • 승인 2020.12.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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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화 (전 경남교육감)

12월이면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과 새해 소망을 가져보는 것이 일상의 삶이었다. 하지만 2020 경자년 12월은 암울함이 엄습하고 있다. 잡힐 듯 하던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해 온 나라를 들쑤셔놓은 듯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피폐해져 일상은 어그러졌다.

연말 저녁이면 고마운 사람들과 마주앉아 설주 한 잔 하면서 우정을 나누는 감성은 이제 사치가 돼버렸다. 정녕, 우리의 일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말 것인가.

머리는 망각의 침이라도 맞은 것처럼 멍해있고 정신적 압박감은 무게를 더한다. 한겨울 낙엽을 떨구고 홀연히 서 있는 나목은 이제 새해 봄이 돼도 싹이 움트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작금의 이런 현상이 찰스 다윈의 학설처럼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과정인지, 아니면 반대로 인류 멸종의 서막인지 무섭고 두렵다. 방역당국의 방역현장이나 선별진료소를 가보면 마치 영화를 보거나 공상과학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괴물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 망령처럼 어른거린다.

삶의 질서가 파괴되는 현장에선 과학자와 의사들마저 당황해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발 변이바이러스까지 유입돼 공포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코로나 2단계, 3단계, 폭증하는 확진자수,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SNS까지…, 일상을 어지럽히고 혼란스럽게 한다.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만 있자니 TV에 나오는 뉴스는 민초들을 괴롭힌다.

아파트값을 때려잡겠다고 내 놓은 수차례의 부동산정책이 오히려 불쏘시개가 되어 불을 더 붙게 하고 있다. 전세가 상승에다 아파트값이 망나니처럼 춤을 춘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저질적 이전투구를 1년 가깝도록 보고 있자니 서민들의 속은 더 타들어간다.

새벽 신문을 가져다 들여다봐도 답답함은 매한가지다. 국회와 시도 의회는 민의의 전당이요, 민주주의의 요람이며 정당정치의 산실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작은 일로 공무원과 싸우고 도의회는 아직도 의장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세대 간 갈등인지 진영논리인지, 위정자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쇳소리만 쩌렁쩌렁한다. 차라리 그럴 바엔 싸움짓 못하게 다른 용도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를테면 정권쟁취의 현장일지라도 때로는 정쟁을 떠나 물밑에서는 서로 대화하고 타협해서 큰 수레바퀴가 굴러가게 했던 과거 한때의 멋있었던 정치가 그리워진다. 솔직히 그렇다.

위정자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배지의 의미 중 첫 번째는 나라를 위함이요, 두번째는 백성에 대한 애민이 담겨 있다할 것이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 코로나 공포 속에 가까스로 힘들게 살고 있는 국민들은 ‘물가 뛰고 집값 오르면’ 그야말로 방종(放縱)하거나 방항(彷徨)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우리 국민들은 크게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작은 집에서 끼니 거르지 않고 오순도순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소시민의 소망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후 짧은 시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경제 10위 대국의 기적을 달성했다. 우리는 그런 저력을 가진 나라이다. 이제 곧 2021 신축년(辛丑年)의 해가 떠오른다. 새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이 나라의 악귀와 망령, 이 모든 것을 물리치고 희망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 온나라에 퍼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강신화/전 경남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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