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我是他非)’와 아시타시(我是他是)의 정치
‘아시타비(我是他非)’와 아시타시(我是他是)의 정치
  • 경남일보
  • 승인 2020.12.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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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AC(after corona) 원년인 2020년의 세모(歲暮)다. 도심의 밤은 유령의 도시처럼 적막이 감도는 시정(市井)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권은 잠시도 바람 잘 날 없는 다사다난한 한 해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사자성어로 매년 한해를 꼬집어왔던 교수신문은 올 한해는 ‘아시타비’로 선정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란 의미의 신조어다. 아시타비는 사자성어(四字成語)라기보다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국적 불명의 사자성어를 한자어로 표현한 신조어다.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사회풍자어로 세간에 보편화되었다. 강만준 전북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의 사례를 정리하다 “거의 모든 것이 내로남불이었기에 때문에 중도에 포기했다”고 그의 저서에서 말한다. 2019년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조국 후보가 내뱉는 말이 거의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에 언론은 ‘조로남불’이라고 찍었다. 과거 주옥같은 그의 말과 글이 조국 자신에게 돌아올 때는 모두가 내로남불이 되었다. 야당 시절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국가채무비율 40% 억제선을 지키라”라고 촉구하며 재정 파수꾼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정권을 잡자마자 “국가채무비율 40%가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라고 말을 바꿨다. 4.15총선에서 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만들려는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에 대하여 “의석을 도둑질하는 만행”이라 혹평하였지만, 민주당에서의 위성정당(열린민주당)의 결성은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정당방위라 한다. 서울과 부산의 재·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두 지역은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선을 실시하는 지역이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이런 지역에는 후보자를 낼 수 없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도 상대 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군수 재선거를 비난하면서 문재인 당 대표가 주장하여 만든 규정이다. 작년 12월 30일 민주당이 군소 야당과 협심하여 강행 처리한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 임명에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있었다. 그 법으로 공수처장 임명도 하기 전에 공수처장 선정에 걸림돌이 된다면서 거리낌 없이 거부권 조항을 삭제하고 전광석화처럼 공수처장을 추천하였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며 아시타비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자기반성은 잊은 채 모든 것을 ‘네 탓’, ‘네 책임’이라고 우기는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심화하여 가는 듯하다. 특히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에 몰입된다. 이는 하루빨리 근절되어야 한다. 이의 근절은 정치지도자의 포용력에서 치유되어야 한다. 나도 옳고 너도 옳다라는 아시타시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 초기의 명재상 황희 정승은 어느 날 그의 하인들이 사소한 일로 머리채를 잡고 악다구니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한 하인이 황희에게 억울하다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래, 듣고 보니 네 말이 맞구나”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자 상대 하인이 억울하다며 하소연하자 황희는 “그리고 보니 네 말도 맞는구나”라고 하였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조카딸이 왔어 “큰 아버님은 어른이시며 어찌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옳다고만 하십니까? 분명 어느 한쪽은 틀렸을 것이니 그것을 바로 잡아 주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하니 “그러고 보니 네 말도 옳구나”라고 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하녀들과 조카딸이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고 한다. 정치란 바로 이런 것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네 편의 국민과 내 편의 국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 편의 백성인 것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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