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고객은 왕이다’라는 표현의 진실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고객은 왕이다’라는 표현의 진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1.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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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스위스 출신으로 빠리의 리츠 호텔(the H?tel Ritz)을 시작으로 런던의 리츠 칼튼 호텔(the Ritz and Carlton Hotels) 등의 창업자로 ‘호텔 왕(King of Hoteliers)’으로 불리던 세자르 리츠(C?sar Ritz)가 “고객은 절대 잘못하는 경우가 없다(le client n‘a jamais tort).“라고 표현한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손님이 요리나 와인에 대해 불평을 한다면 그것들을 당장 치우고 다른 것으로 바꿔줘라. 그리고 절대 문제제기 하지 말라!”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그 후로 런던의 셀프리지 백화점 경영자였던 해리 고든 셀프리지(Harry Gordon Selfridge)와 미국의 백화점 왕으로 불리던 존 워너메이커(John Wanamake), 그리고 시카고 백화점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총수였던 마샬 필드(Marshall Field) 등이 고객 만족을 최우선시 했던 여러 명언들이 고객 서비스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표현들로 적용되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고객은 항상 옳다(The customer is always right.)’라는 표현으로 통용되었던 것이, 독일로 건너가서는 “der Kunde ist K?nig” 즉 ‘고객은 왕이다’라는 표현으로, 일본으로 와서는 “お客?は神?です” 즉, ‘고객은 신이다’로 바뀌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객은 왕’이라는 표현으로 흔히 쓰이다가 마케팅 부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고객만족경영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고객감동을 넘어 농담조로 ‘고객졸도’라는 표현이 쓰이는가 하면 ‘고객 섬김’이라고 쓰는 기업이 있을 만큼 고객 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구호들이 난무하듯 등장하였다.

한편, 한때 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아 항공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얀 칼슨 사장이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15초 동안이 고객을 평생 단골로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진실 순간(MOT : Moment of Truth)이다.”라고 한 말이 고객만족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하는 명언처럼 회자되기 시작하였다. 1981년부터는 이른바 ‘MOT 마케팅’으로 지칭되는 고객접점에서의 서비스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과연 고객이 항상 옳고, 그래서 늘 왕처럼 대우를 해주어야 마땅한가? 고객이 왕이라면 ‘직원은 노예인가’라는 논리의 비약이 아니더라도,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을 강조하다 보면 고객접점에 있는 직원들은 이른바 진상고객이나 블랙슈머(블랙 컨슈머) 즉, 터무니없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갑질과 함께 도가 지나친 행동들을 하는 소비자들까지도 묵묵히 수용하며 감내해야 하는 걸까? 고객만족이라든가 고객감동과 같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의 정점에는 고객충성도의 확대와 매출액 제고라든가 시장점유율 증대와 같은 성과향상이라는 최종목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만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직원의 희생이나 불만을 소홀히 할 수 있고 고객만족을 위해 애쓰는 직원들은 감정노동의 희생양이 된다는 반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불만족한 직원들이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할 리도 없겠거니와 따라서 높은 성과를 달성해내지도 못할 것이라는 관점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CEO 허브 캘러허는 직장에서 일이 재미 있어야함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이 행복하고 만족하며 헌신적이면서 의욕이 넘치면 승객들을 정말 잘 모실 것이다. 그래서 승객이 행복을 느낀다면 다시 우리 항공기를 이용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주주들도 행복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영국의 버진 그룹의 CEO 리차드 찰스 브랜슨은 “주주가 제일, 고객은 그 다음, 직원이 세 번째라는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버진 그룹에서는 직원이 가장 중요하다. 의욕이 넘치고 행복한 직원이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소니사의 창업주 모리타 아키오는 “직원에 대한 나의 최대 사명은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 ‘소니에 근무해서 정말 행복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요컨대, 행복한 직원이 고객만족에 보다 적극적일 것이고 당연히 높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믿는 것이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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