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선운사에서
[강재남의 포엠산책]선운사에서
  • 박성민
  • 승인 2021.01.03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일정량의 바람과 햇살과 비, 가장 적합한 비율일 때 꽃은 꽃이 원하는 시간만큼 피고 질 거라는 생각.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는 일이겠나. 꽃이 피고 지는 시기는 자연의 섭리에 제 몸을 온전히 맡겨야 되는 일인 것을. 저항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원하지 않아도 그대로 맞아야 하고 견뎌야 한다. 자연 앞에 나는 속수무책이고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더 빠르게 혹은 덜 빠르게 겪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사랑이 이와 같으리. 어느 날 문득 왔다가 가버리는. 더구나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라면 더욱 그러하리.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듯 그런 이별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이별 앞에 잊힘이 영영 한참인 사랑. 그런 사랑 앞에 나는 또 속수무책이다. 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멀리서 웃지 마라. 손 흔들지 마라. 머리에 꽃을 꽂아도 안 된다. 그냥 그대로 가라. 산 너머 영영 그대의 길을 가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정만석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