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섬’에 간다
나는 ‘섬’에 간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1.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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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남해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 아주 옛날엔 나룻배를 이용하고, 도선을 탔던 섬사람들의 고달픈 이동은 1973년에 건설된 남해대교의 개통으로 편안하게 육지까지 이어주었다.

남해는 연륙섬이고, 크고 작은 무인도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도와 호도, 노도가 있다. 작년에 조도와 호도가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어 섬에 들어갈 일이 많았다. 남해에서 나고 자랐지만 섬에 들어가긴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 섬을 가까이서 본다. 바위 하나도 닮은 것이 없으며 풍랑에 부딪쳐 성한 데를 찾기 힘들다.

아이를 낳으면 평생 불릴 이름부터 지어주듯이 섬사람들은 평생을 함께 할 작은섬 하나하나까지도 이름을 붙여주었다. 호랑이를 닮았다는 호도(범섬), 새가 나는 모습인 조도(새섬), 조도 앞의 쌀 모양인 미도(쌀섬), 뱀 모양처림 긴 모양의 사도(뱀섬), 말의 안장을 얹은 모습을 한 마안도 등 미조는 바닷속 동물원이다. 조도로 가기 위해서는 미조항에서 조도호를 탄다. 갯바람이 차가워 바닷물은 잘 갈아놓은 칼날처럼 파랬다. 얼음썰매를 지치 듯 조도호는 부드럽게 섬길로 안내한다.

어른을 모시고, 아이들을 키우고 살 때는 인구도 많아 섬에까지 학교가 있었지만, 서서히 인구는 줄어 학교가 있던 조도 큰섬에는 다이어트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의 짐을 조금씩 덜어줄 것이다. 조도 큰섬에서 작은 섬으로 이동하는 오솔길은 낙엽에 켜켜이 쌓여 푹신한 양탄자를 만들고, 산비탈에는 오래된 청미래 덩굴이 길을 만든다. 어릴 때 파란 앵감을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 퉤퉤 뱉던 기억이 났다.

섬마을 아이들이 떠나고 없으니 열매는 열리고 떨어지기를 거듭해 그대로 열매의 자양분이 되고 있었다. 조도 작은섬에서 호도는 조도호로 이동한다. 호도마을을 오르는 입구에는 아름드리 큰 동백나무 숲이 있다. 도시생활의 치열함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사색의 공간이다. 동백나무는 땅을 안고, 땅은 동백나무를 붙잡아 세월이 만든 아름다운 숲이다. 섬길을 따라 오르면 산이 있다. 섬 속의 산, 나무들은 키가 앙증맞다.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을 타지 않아 나무들이 서로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다. 섬길은 나에게 숙이고, 겸손할 것을 주문했다.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나뭇가지에 할퀴어 생채기가 난다. 아래를 보지 않으면 덤불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 엇박자로 탭댄스를 춰야 했다.

대자연의 소리 없는 가르침은 나를 섬에 홀리게 한다. 나무가 안고 있던 빗물을 털어내니 대지는 톡톡 움이 트는 소리를 낸다. 머지않아 남해의 봄소식은 섬에서 제일 먼저 알려줄 것 같다.

김연경/남해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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