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굴껍데기 자원화 숙제 풀어라
[신년기획] 굴껍데기 자원화 숙제 풀어라
  • 박도준
  • 승인 2021.01.03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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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0% 생산량 '굴의 천국' 명성 뒤로
굴껍데기산 쌓이는 악취·해충 '악몽' 한계
프랑스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이 흔하게 먹는 굴의 양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세계 양식굴의 최대 생산지로서 우리나라가 굴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이 이면에는 골칫거리도 있다. 굴 생산지 해안가에 지천으로 방치된 굴껍데기가 그것이다. 처리하지 못한 굴껍데기가 넘쳐나 악취와 여름철 해충,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되어 함부로 버리지도 못하는 굴껍데기의 재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외국에서는 재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입법화 과정을 밟고 있다. 굴 생산에서 굴껍데기 처리, 재활용자원화, 어민들의 숙원인 입법화 등 3편에 걸쳐 심층취재한다.
 
우리나라 굴 양식어업의 발상지인 경남은 굴 생산량이 전국의 80%를 차지하며 국민들에게 신선한 알굴을 제공하고 있으나 굴껍데기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통영 굴양식장 전경. 사진제공=굴수협
야적장에 쌓여있는 굴껍데기

 

굴의 천국 뒤덮는 굴껍데기


찬바람이 나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제철인 굴은 이 때 적은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최대 기호식품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1897년 굴 양식을 처음 시작해 1960년경 수하식 양식기술이 보급되면서 굴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 굴 생산량은 2010년에 약 29만t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중국이 최대생산국가이지만 품질이 낮고 인구가 많아 수입하는 처지이다. 인구비례로 따져 우리나라가 굴 최대생산국으로 양식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굴요리의 3대 천왕이라고 하는 굴구이, 굴찜, 굴무침을 푸지게 먹는 우리나라를 ‘굴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천국’으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이다.

굴껍데기 발생량은 알굴 평균 중량의 약 9배(알굴 13%, 껍데기 87%)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국내 알굴 생산량에 적용했을 때 2018년 발생한 굴껍데기는 약 28만t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굴껍데기 발생량은 30만 3588t이다. 2020년 굴 생산량을 보면 35만8220t이며 알굴 4만3285t을 제외하면 31만4935t의 굴껍데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비료, 사료, 채묘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처리하지 못하는 양도 44%에 달한다.

경남지역은 우리나라 굴 양식어업의 발상지이며, 양식어업권 796건, 양식면적 3472ha로 굴 생산량이 전국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굴은 ‘알굴’ 기준으로 생산량 3만6859t(2580억원), 수출량 1만1018t(7667만7000 달러), 종사인원 2만2000여 명(연간 인건비 2300억원)에 달하는 경남 생산 패류의 대표적인 양식 수산물이다 .

그러나 굴 양식과정에서 매년 28만t 정도의 굴 껍데기가 발생해 채묘용 30%와 패화석 비료·사료 40% 등으로 약 70%인 19만t 정도가 재활용되고 약 30%인 9만t 정도가 미처리돼 해안변에 야적·방치되고 있다.


 

돌담처럼 쌓여 어촌마을의 방파제를 뒤덮고 있는 채묘용 굴껍데기
도로변 양쪽에 돌담처럼 쌓여 있는 굴껍데기



남해에 해양배출 구역 지정해야

경남도는 2019년 도내 연안 6개 시·군에서 해양배출 3만2000t을 포함해 9만3000t의 굴 껍데기를 처리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3배 증액된 95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상반기 1~3월 육상처리 4만4000t, 하반기 8~12월 해양배출 12만t 등 16만4000t을 처리했다.

2020년 10월 30일 기준 14만5000t(통영 55%, 거제 38%, 고성 2.5%, 창원·남해 1.5% 기타 2%)이 적재되어 있다. 현재 통영에 굴까기작업장(박신장) 160개소와 가공공장 6개소가 있고, 간이집하장 8곳에서 1만 4500t이 적재 가능하다.

문제는 몇 년 전부터 매년 굴껍데기 28만t이 생겨나는데 처리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주요 소비처인 패화석 비료의 지속적 수요 감소, 비료공장 적재용량 초과, 민원발생 등으로 처리 한계점 도달에 달했다. 특히 굴 패각이 사업장 폐기물로 지정되어 있어 공유수면 매립, 자원화, 준설토 투기장 투기 등의 제약사항으로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굴껍데기는 크게 채묘용과 비료·사료용으로 재처리되고 일부는 해양으로 배출된다.

비료공장은 전국에 8곳(통영 4, 고성 1, 사천 1, 전남 해남 2)으로 통영 4곳에서 연간 5만8000t의 비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적재용량은 10만t이다. 육상처리 시 1t에 2만원이 지원되는데 비료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굴껍데기 처리비용과 비료 운임비 등을 고려할 때 타산성이 맞지 않고, 농가의 인식 부족으로 사용량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도내 10개 비료공장 중 4곳이 이미 가동 중단됐거나 업종전환했다.

경남도는 동해 정해역 긴급 해양배출을 위해 통영·거제지역의 굴수협에 위탁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1t당 5만6000원 총 67억원을 들여 11만9789t을 처리했다. 육상 처리가 불가해 내년에 6만8000t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처럼 처리해도 해안가에 산처럼 쌓여 있는 굴껍데기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통영지역에서만도 미처리 굴껍데기는 매년 3만t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비료공장, 간이집하장 등 많은 곳이 야적량을 초과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굴껍데기 냄새와 가루 날림, 수질오염을 비롯해 일상생활 불편, 관광도시 미관 훼손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굴 생산 지역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여름철 악취 숨쉬기도 힘들어

통영에서 굴까기작업장을 운영하는 A씨는 “굴껍데기 처리가 예전보다 숨통이 트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인근에 야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알굴을 까다보면 매일 껍데기가 생겨나는데 마음대로 배출 곳이 없어 답답하다. 비료공장이나 해양배출을 하는 것도 운반비가 들어가고 제때 처리를 하지 못해 적재량을 초과하는 분량에 대해 야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용남면에서 사는 주민 B씨(75)는 “몇 년전부터 굴껍데기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해안가 도로변 등에 야적되고 있다. 지인들이 처음에는 해안 풍경을 보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하다 냄새를 맡고는 인상을 찌푸린다. 주민들도 여름철에는 악취와 해충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민박이나 펜션업을 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있고 하소연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굴수협 관계자들과 지방자체단체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동해 정해역 해양배출보다 남해에 배출지역을 지정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경남도, 통영시는 통영지역에 ‘굴껍데기 자원화 시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 가지 사업이 이뤄지면 굴껍데기 처리문제가 상당히 해소돼 양식관계자들은 마음 놓고 생계에 이어갈 수있고, 주민들이나 관광객들 아름다운 어촌에서 일상생활과 관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도준기자

   
도로변에 채묘용 굴껍데기가 겹겹이 쌓여있다.

 
채묘용 굴껍데기를 덩굴식물들이 뒤덮고 있다.
굴껍데기분쇄기에서 나온 굴껍데기가루
 
조그마한 산을 이루고 있는 굴껍데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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