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체류형 관광도시 사천, 꿈 영글어 간다
[신년특집] 체류형 관광도시 사천, 꿈 영글어 간다
  • 문병기
  • 승인 2021.01.0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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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대교 야경
사천은 관광도시의 변방이나 다름이 없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에 자리해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리적 특성이나 주변 여건으로 인해 저평가된 게 사실이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고 주 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천시는 그 혜택을 크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 비해 낮은 인지도와 관광인프라 부족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지 못했고, 스쳐지나가는 중간 기착지 정도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흔히들 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산과 바다 등 주어진 환경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관광산업에 목을 맨다. 그만큼 적은 투자로 오랜 기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천시도 마찬가지다. 항공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관광산업 활성화에 ‘올인’하는 이유도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인위적인 시설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곳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관광객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반면 바다나 산, 유적지 등 딱히 떠오르는 관광지가 없는 지역의 경우는 다르다. 기존 자연환경에 인공적인 시설을 만들고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 등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사천시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두고두고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천혜의 관광지도 없고, 인근 지역에 비해 인지도도 낮은 데다 지리적으로도 수도권과 떨어져 있다 보니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 정도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관광 사천’ 인식전환 사천바다케이블카 그 후…

그런 사천시에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바다케이블카 때문이다. 지난 2018년 4월 개통한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총 선로 길이 2.43㎞로 섬과 바다, 그리고 산으로 연결돼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기 위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한 계획으로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로 시공됐으며, 그 결과 바다와 산,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빼어난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한려수도의 중심인 쪽빛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대상에 빛나는 삼천포대교를 비롯해 원시어업인 죽방렴까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발 아래로 볼 수가 있다. 실제로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케이블카 풍경에 만족해 지인들과 함께 두세 번 재방문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통 350일 만에 100만 명을 달성할 정도로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관광도시 사천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인근 식당에서 밥 먹고, 수산시장 들러 해산물 조금 구입한 뒤 돌아갔다. 사천시가 원했던 것은 이들이 하루라도 사천에서 머무는 것이지만, 더 이상 볼 것도, 즐길 것도 없는데 머물 이유가 없다.

사천시도 잘 알고 있다. 최고의 관광지로 사랑받는 지역의 경우 케이블카뿐 아니라 보고 먹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는 것을. 그리고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 한 일회성 관광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천시도 사천만의 특색 있는 자원들을 찾아내 개발하고, 새로운 볼거리들을 조성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연계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으며 그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실안호텔 조감도
◇안전·힐링·여유…사천관광 패러다임 바꿔야

사천은 한려수도의 중심지답게 아름다운 바다와 산 등 기본적인 관광인프라는 구축돼 있다. 여기에 얼마나 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에 잘 부합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시는 여행의 패러다임이 안전과 힐링 그리고 여유를 즐기는 관광트랜드가 변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사천지역 관광트랜드 변화의 전환점이 내년 3월 제주~삼천포항 카페리 운항과 2028년 진주~거제간 KTX운행, 2030년 초고령사회 진입 등에 맞춰 지역관광산업이 롤러코스트를 타는 시점으로 보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먹거리 산업의 변화이다. 현재의 관광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먹거리다. 몇년 전만 해도 볼거리가 우선이었지만 먹방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볼거리보다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먹거리 메뉴 또한 변하고 있다.

사천의 대표 먹거리는 생선회를 비롯한 해산물 위주이고 젊은층을 겨냥한 다양한 먹거리는 사실상 전무하다. 젊은 층, 피자세대들의 입맛을 저격할 메뉴 개발과 동시에 고령자들의 추억어린 전통음식이 공존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먹거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스마트 관광시대에 맞는 관광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이다. 스마트 관광시대에 접어들면서 SNS를 타고 연인들의 포토존 사진과 음식사진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사진작가 못지않은 인스타그램 사진들은 감동과 여유를 뽐내고 맛있는 음식 소개 등을 통해 나도 ‘그 곳에 가고 싶다’는 홍보대사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시는 용현면과 남양동 해안 변에 ‘무지갯빛 해안도로’를 조성했다. 해안 절경과 사천만의 아름다운 노을이 어우러진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스마트관광 트렌드에 승차하면서 각종 포털에 포토존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를 휩쓰는 등 젊은 연인들 사이에 ‘인생 사진’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당연히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인식되면서 사천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숙박문화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관광지의 호텔이나 고급 펜션들이 유일한 숙박시설이었다면 최근에는 캠핑카 제조와 관련한 법률 개정으로 인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차박 문화가 생겨나고 여름에나 볼 수 있던 캠핑이 겨울에도 유행하는 등 사계절 캠핑족들이 유행하고 있다.

공중위생법의 개정으로 저가호텔 허가가 가능해지면서 몇 만원대 비즈니스호텔이 대도시에는 인기를 끌면서 일반 모텔을 개조한 저가형 비즈니스호텔이 검소한 관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다. 사천에도 저가형 비즈니스호텔과 가족단위의 펜션은 물론 차박과 캠핑족들을 겨냥한 시설들을 확충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최근에는 레져관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보는 관광에서 체험하고 즐기는 관광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전국 유명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은 이 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해 모든 연령층이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사천은 잔잔하면서 광활한 바다, 아기자기한 섬들로 둘러싸인 절경에다 태풍의 영향도 크게 받지 않아 해양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패러글라이딩이 가능한 각산을 비롯해 곳곳이 다양한 레저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타 지역 관광산업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레저산업 개발이 시급하다.

 
낙조와 케이블카
케이블카 주탑과 인근 조형물에 설치된 야간조명
◇체류형 관광도시를 위한 사업 착착 추진

사천시는 바다케이블카 개통을 계기로 스쳐지나가는 도시가 아닌 체류형 관광도시란 명성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천바다 케이블카와 연계한 ‘사천대방 관광자원 개발사업’이다. 케이블카 정류장 3개소와 지주 5개소, 캐빈 조명, 문화지원시설 경관조명 설치해 야간에도 아름다운 밤바다의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늑도와 신도, 마도, 저도 등 5개의 섬을 연결해 생태탐방로를 설치하고 각각의 섬에 공원자원을 활용한 전시 및 체험 시설을 조성해 가족단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되는 ‘삼천포항 무지갯빛 생태탐방로 조성사업’과 국내외 희귀어종을 전시 및 체험할 수 있는 ‘아라마루 아쿠아리움’도 체류형 관광인프라 구축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각산 일원 관광기반시설 조성사업도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 60억원을 투입해 39.4㏊에 편백나무 숲 등 청정 산림자원을 이용해 산림휴양 및 치유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을 모색하고, 주변의 바다케이블카,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관광자원과 연계해 체류형 휴양시설을 조성키로 했다.

피톤치드를 활용한 ‘숲치유공간(숲으로)’과 자연자원을 활용한 ‘체험공간(바다로)’, 하늘을 보며 꿈꾸는 ‘휴게공간(하늘로)’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실안노을과 어우러진 해안둘레길 조성, 실안낙조와 어우러진 등대모형과 포토존 설치 등의 사업도 추진된다.

이처럼 관광산업 집중투자를 통해 사천바다케이블카와 조화롭게 연계될 수 있는 주변 관광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산업인 체류형 해양관광도시의 기반을 구축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명실상부한 해양관광 거점도시의 꿈은 현실이 될 전망이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실안낙조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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