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 경남일보
  • 승인 2021.01.0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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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석학 이어령 교수가 신축년 벽두에 소원시(所願詩)를 발표했다. 암투병 중이지만 항암치료를 거부해 올해가 생의 마지막 해가 될지 모르는 절박한 시기에 발표한 시라 그 울림이 크다.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하다. 싸움 밖에 모르는 정치인에게는 비둘기 날개를, 살기에 지친 서민들에게는 독수리 날개를 달라’고 소원했다. ‘소리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대열을 이끌어 가는 기러기를 닮자’고도 했다.

수필집으로 민족의 긍지와 정체성을 밝히고 세계의 문화조류를 진단하며 지성을 일깨어 온 그다. 기독교에 귀의한 후에는 삶의 담론을 지성(知性)에서 영성(靈性)으로 바꾸고 죽음의 두려움도 극복한 채 글쓰기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미 죽음을 예감하며 하나의 화두에 매달려 모두가 주목할만한 메시지를 던졌다. ‘눈물 한 방울’이다. 불교의 측은지심, 기독교의 박애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아젠다이다. 평생 육중한 몸을 지탱해준 새끼발톱의 못생긴 모습에 감사하고 어릴적 꼬챙이에 끼워 구어먹던 참새에도 미안해 하며 연민을 느껴 흘리는 눈물 한방울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의 영성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본다.

이어령의 담론은 지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민족적 아픔도 담고 있다. 오랜 왕조가 무너진 후 식민시대를 겪었고 해방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세상은 피폐해졌고 군사정권의 독재와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로 이어졌으나 단 한번도 화해와 용서, 그리고 화합을 이루지 못한 아픔을 지적했다. 역대 대통령은 귀향과 유배, 감옥살이로 불행했다. 정치는 극단적 적대감과 권력쟁취에 매몰돼 국민을 힘들게 했다. 결국은 정치가 이루지 못한 변화를 국민의 힘으로 비로소 쟁취하는 악순환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침착한 일상(keep calm and carry on)과 침착과 강함(be calm and strong)이라는 몸에 밴 국민의 저력이 오늘날의 선진한국, 긍지높은 나라를 이룩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항상 국민들을 힘들게 해 존경받지 못하고 혐오하는 직업군이 된 것이다.

올 한해도 험난하고 힘들 것이라는 예감이다. 경제단체는 잃어버린 20년을 걱정하고 코로나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이고 경제전망은 어둡다. 젊은이들이 일할 곳을 찾지못해 방황하고 검찰개혁은 개혁인지 개악인지 오리무중이다. 조국사태로 빚어진 가치의 혼돈과 진영논리 우리의 정신세계를 혼란케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어령 교수가 던진 담론, ‘눈물 한 방울’이라는 화두는 무게감이 실린다. 우리도 한번 서로 용서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화해와 소통을 통해 국가적 합의를 이루는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다시는 전직대통령이 감옥에 가지않고 개혁과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으로 상대방을 정죄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일상을 되찾게 하고 미래를 예감케 하는 희망은 서로를 위하는 ‘눈물 한 방울’에서 비롯된다는 죽음앞의 석학 이어령의 메시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초 여당대표의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매우 의미있는 발언이다. 설사 그 이면에 정치적 국면전환이라는 의도가 숨어있다 해도 그것은 차안의 부재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죄는 사법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판단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통치적 차원과 치적과 과오는 항상 병존하는 리더의 고뇌를 언젠가는 재평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 유불리는 너무 단견이다. 부지런함과 끈기, 온순함의 상징인 소의 해 벽두 ‘눈물 한 방울’은 가치있는 민족적 화두이다. 석학 이어령교수의 시대적 담론에 고개를 숙인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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