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소유물’이 아닌 ‘행사’할 뿐이다
권력은 ‘소유물’이 아닌 ‘행사’할 뿐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1.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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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명심보감(明心寶鑑) 천명편에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자는 일어나고, 거스른 자는 망한다”고 했다. 얼마나 진리 있는 말인가. “순리를 따르면 흥하고, 거역 하면 망한다”는 말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역류하면 사단이 난다. 순리를 어기면 백성을 고통의 늪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순리란 ‘무리가 없는 순조로운 이치나 도리’를, 역리(逆理)란 ‘살아가는 이치를 거스름, 혹은 역설적인 이치’를 일컫는다. 맹자는 덕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 했다. 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마저 어진 임금의 도리가 아니라 했다. 법과 원칙마저 무시, 순리를 거역,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는 세상은 몰락 않을 수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에 반하는 지도층의 뻔뻔·오만·독선은 사회전반을 병들게 한다.

권력을 쥐면 ‘황제나, 왕’으로 착각, 남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오만 이기도 하고, 과잉 충성의 발로이기도 하다. 퇴임이후 감옥에 가는 사태는 해묵은 폐해이자 정치 후진성의 산 증표다. 고위직의 명예, 영광은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지나가는 곳이다. 권력은 ‘소유물’이 아닌 일정기간 ‘행사’할 뿐이다. 대통령 5년, 국회의원 4년, 장관 등 공직자는 일정기간 나라경영의 위임을 받은 것이다. 일정기간 정거장일 뿐 영원한 권력, 영원한 장악은 절대 없다. 권력은 어느 날 미끄럼틀 같이 내리막길이 있음을 아는 순간, 허망한 생(生)의 비애를 체험한다.

자신의 행동이 옳은가 그른가의 최종 판단은 권력자이나 주변에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奸臣)·충신(忠臣)에 위해 좌우된 경우도 있다. 어느 시대나 권력 주변은 호가호위(狐假虎威) 간신과 충신이 있었다. 당(唐) 태종(太宗)을 성군으로 만든 위징(魏徵)은 ‘No’를 300번이나 한 충신이었다. 간신 하면 양의 탈을 쓰고 권력자에 맹종, ‘네네’만 반복하는 ‘예스맨’이 떠오른다. 간신은 대부분 똑똑해 얕잡아 보다간 큰 코 다친 사례도 많다. 역사상 출중한 사상가·정치가도 간신을 깔보다 변을 당했다. 간신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 난세일수록 간신이 판을 쳤다. 간신과 충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봐야 한다. 직권남용을 전가의 보도처럼 행사하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무소불위의 강한 권력은 독재로 갈 수 있다. 민주공화제의 헌법적 의사결정 구조는 ‘위에서 아래’가 아닌, ‘밑에서 위’로 가는 형태이다. 권력자가 소통을 외면, 불통의 말로는 비참하기 마련이고, 나라와 측근들을 망치며, 끝내는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절대 권력은 절대부패 한다”는 명언도 있다. 절대 권력자도,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비판·반대·견제 세력을 무시한 절대 권력은 예외 없이 타락·추락의 길을 걸었다. 국가 역시 쇠퇴와 혼란의 내리막길로 굴러갔다.

민주주의는 일탈을 막기 위해 입법·행정·사법 3부의 균형, 견제장치에도 협치도 없었다. 180석 슈퍼 여당 대 103석의 제1야당 속에 18개 상임위원장 싹쓸이 등 ‘정부·여당의 폭주’와 ‘의회독재·입법독주·분풀이식 입법·안하무인격 언행’이란 비난의 지경에 이르렀다. 권력자 주변의 잘못을 수사하면 ‘쿠데타 세력, 반 개혁세력’의 ‘정치적 아전인수식’으로 해석 하는 여당의원에 우려가 있다. 180석의 교만에 빠져 곳곳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무단 침범했다. 전직 대통령 2명이 직권남용 등으로 구속에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삼아야 한다. 임금이 백성 염려보다 오히려 백성이 임금을 근심하는 권력은 오래갈 수 없다. 국민이 국가를 근심하는데 지도자들은 무얼 했는가. 탕평인사도, 실력도, 치밀한 전략도 없이 선동의 세(勢)몰이로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3전3패·코로나19 대처·부동산 폭등 등 “나라가 피로감과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사태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국민들이 온통 멘붕에 빠졌다”는 말도 한다. 시사·정치 이슈 해석과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지금 극심한 이념 갈등을 겪고 있다.

 
이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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