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단 말밖에 못 해서 미안해
미안하단 말밖에 못 해서 미안해
  • 경남일보
  • 승인 2021.01.06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웃으면 눈이 반달처럼 동그래져서 보는 사람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돌이 겨우 지난 나이였다.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다. 장기 중 가장 안쪽에 있는 췌장은 절단됐고 복부가 피로 가득 찼다. 골절 흔적도 다수 보였다. 조그마한 몸은 수만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하고 방송했다. 방송 이후 정인이를 향한 사과가 SNS 전체를 물들였다.

2019년 6월 10일 정인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친모는 사정상 아이를 기르지 못해 정인이는 생후 8일 째부터 입양기관이 지정한 위탁가정에 보내졌다. 2달이 지난 2019년 10월, 양부모가 정해졌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입양 절차를 거치고 2020년 2월 정인이는 양부모의 집으로 가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보다 정인이 삶은 앞으로 행복할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정인이가 안긴 곳은 따뜻한 부모의 품이 아니었다. 2020년 5월과 9월에 아동학대 신고가 3차례 있었다. 그러나 사건은 혐의없음을 받고 내사 종결되었다. 경찰 선에서 끝났던 3번의 사건은 아이를 지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현재 양모는 아동 치사죄가 적용되었다. 치사죄는 가중처벌을 해도 15년 형량이 최대이다.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달라는 국민청원 수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대통령도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정인아 미안해’를 태그한 게시물이 계속 올라온다. 그러나 나는 이 사건이 해시태그 유행으로 변질 되어버릴까 봐 걱정된다. 벌써 상관없는 게시물에 유행처럼 정인아 미안해를 붙인다. 사건의 본질인 아동학대, 입양과정 법적 근거, 경찰의 늦장 대응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정인이의 입양 전후 사진과 죽기 전 CCTV 영상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나도 SNS를 통해 영상과 사진을 접했다. CCTV 속 정인이는 성인도 참기 힘든 고통을 꾹 참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인이가 정서적 교감을 하지 못한 무감정 상태라고 판단했다. 아이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가장 큰 존재인 엄마가 정인이에게 없었다. 양모는 ‘두렵고 항상 눈치를 살펴야 할 존재’ 아니었을까? 정인이가 죽고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이젠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박예빈(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