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장교육을 고민할 때다
[기고]현장교육을 고민할 때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1.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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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권 (전 경남도교육청 학교정책국장)
최근 정부의 주택정책이 뭇매를 맞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급등과 성급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극히 상식적인 이론을 무시한 오만함의 결과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교육정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학생 수급정책은 절대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립되고 결정돼야 한다. 출생률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 인근에 위치한 인구 5만여명 규모의 한 군단위 지역에서는 지난해 160여명의 아이가 태어났다고 한다. 그 지역에는 단설유치원과 병설유치원, 어린이집을 포함하여 36개의 영·유아교육기관이 운영 중이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을 이들 기관에 고르게 배치한다고 가정할 때 한 곳당 배치될 수 있는 인원은 4, 5명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로 보면 수요자 대비 공급이 넘친다고 해도 과하지 않는 표현일 것이다. 다른 지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교육청에서는 사립 유치원 대란 이후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공립유치원 취학률을 높이기 위한 단설유치원 설립을 추진해 왔다. 이는 사립유치원을 고사시키는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분풀이 행정으로도 해석된다. 매입형으로 4곳을 추진하는 일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미 출생률의 감소는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까지 그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이 군에는 19개의 초등학교와 8개의 중학교가 있지만 아이들이 이 지역에서 진학을 계속 한다는 보장도 없다.

인구감소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10년 후 몇 개의 학교가 남을 것인가. 우리나라 2020년 2분기 출생률이 0.84%라고 한다.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우리나라의 출생률 저조 이유로 “우리 아이가 나보다 못한 삶을 살까 봐” 와 “아이 키우기 어려워서”가 이유로 꼽혔다.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학부모들이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맞길 수 있는 돌봄시스템일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5·3·3·4학제로의 개편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학제개편과 저출생으로 남아도는 학교시설을 초등학교 준비과정(0학년)으로 이용하고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하여 돌봄 등 무상보육기관으로 이용 할 것을 적극 제안한다.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면 출생률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보다 더 우리나라 미래에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나. 5·3·3·4학제나 9월 학기제 도입은 약간의 혼란은 예상되지만, 코로나19로 학사운영에 융통성이 보장되는 지금 논의하지 못하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학제개편은 성장속도에 따른 학생들의 사회진출과 고등학생 신분으로 선거권을 행사하게함으로써 오는 학교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미 초·중등학교는 내부갈등으로 정치적 중립 이성을 잃은 지 오래다. 9월 학기제 또한 수능 등 중요한 학사일정이 2학기에 집중되는 우리 현실에 검토할 수있는 제도이다. 지난해 초 정치권에서 잠시 언급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숨어버렸다. 원래 어려운 일은 어려운 시기에 하는 것이 후유증도 적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치뤄야 할 비용이다. 필자는 교육자로서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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