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통합과 코로나19 이후의 산학협력
대학통합과 코로나19 이후의 산학협력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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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2020년의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사람간의 직접적인 대면이 어려운 시기였다. 대학을 비롯한 사회는 비대면 시스템에 강제로 익숙해졌다. 온라인 회의 시스템인 ‘줌’ 소프트웨어를 통해 교육, 학회, 회의를 진행하며 심지어 술자리까지 온라인으로 즐기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많은 전통산업이 고통받고 있으며 많은 구제책들이 제안되고, 또 시행되고 있다.

반면, 놀랍게도 이러한 시기에 오히려 호황을 맞이한 분야가 있다. 그것은 에너지 환경, 식량, 모빌리티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산업, 비대면과 인간 대체역할, 생활편이성을 가능케 하는 AI 및 인터넷 기반의 정보산업, 건강한 생활을 담보하고 진단 키트와 치료제·백신 개발을 가속할 수 있는 생명과학산업 등이다.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정보기술을 생명과학과 융합하여 코로나19로 비롯된 인류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으며 진보된 기술을 가진 국가나 기업은 경제적으로도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이는 각국의 연구개발에서 축적한 기초과학 지식과 응용기술, 노하우 그리고 빠른 시장변화에 대응한 기업인들의 과감한 투자와 결정에 따른 결과였다.

대학은 많은 연구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 연구과제를 통해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선진 대학의 경우 다양한 아이디어와 연구기술 인프라를 활용하여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개발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벤처캐피털 펀드를 받아 캠브리지대학 화학과에서 설립된 솔렉사(Solexa)의 일루미나(Illumina) 제품들이 현재 전 세계 유전체 연구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기준으로 시가 총액 약 54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수 창업을 통해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경상대 생명과학부 신용철 교수와 나노신소재공학부 신동우 교수가 설립한 아미코젠과 ㈜나노는 각각 코스닥에 상장되었으며 국내 1위의 효소 전문기업과 탈질촉매 전문기업으로 발전하였다.

이렇게 대학이 개발한 기술들이 산업화되면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창업 및 기술사업화는 지역사회 경제뿐 아니라 국가에 다양한 측면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학은 ‘연구자가 보유기술을 산업화하는 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가, 대학 보유 지적재산권을 산업화할 전략은 무엇인가, 대학의 연구재산이 산업화가 힘든 요인은 무엇인가, 교원 창업 활성화를 위해 교원들의 창업활동을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경상대는 2004년 산학협력단을 설립하여 연구 및 산학협력 지원, 기술이전 지원, 지적재산권 관리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산학협력단의 주된 업무는 국가 연구비 관리와 같은 경직된 역할이 대부분이다. 앞으로는 산학협력단이 이러한 수동적이며 보조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하여 지역산업을 혁신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내 및 지역시장 모니터링을 통한 선제적인 아이디어 및 연구주제 발굴, 지자체와의 공동투자를 통한 기술 인큐베이션, 연구자가 행정 처리보다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행정 간소화 등을 추진하고 대학 내 연구와 산업화를 저해하는 규정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2021년은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경상국립대학교’로 통합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뜻깊은 해이다. 이를 계기로 경상국립대학교는 대학 내 산학협력 운영체제를 혁신하여 성공적인 산학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대학의 연구성과가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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