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로컬시대, 남해
청년 로컬시대, 남해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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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너희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90년대 생의 직장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다보니 70년대 생인 나는 어느새 ‘젊은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세대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마음만 스무살이어서 ‘청춘’이라는 가면만 힘겹게 지킨 꼴이다.

시골의 고만고만한 지자체들은 동병상련으로 인구가 점점 노후화 되고, 남해군도 30년 이내에는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라는 꼬리표를 안고 있었다. 농경사회 때는 피를 나눈 부모 형제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했지만 지금은 핵가족화 또는 1인 가족 시대로 대한민국은 그 어디든지 하루 생활권이 된 지 오래다.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살지 말라며 객지로 보낸 자식들은 도시사람이 되고 말았다. 부모님세대는 백발과 주름을 훈장처럼 안고 지난 세월을 삭이고 있다. 출생률은 줄어들고, 청년들은 자꾸만 시골탈출을 하고, 어른들은 더 늙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 구하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인구소멸위기에 동참할 수 없어 청년친화도시로 선포하고, 청년들과 협업하고 있다.

남해에서 나고 자란 남해청년, 도시에서 남해로 귀촌한 도시청년, 놀러 온 남해에 눌러 앉은 여행자청년들의 슬기로운 로컬생활이 시작되었다. 청정한 남해에서 재배한 신토불이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 개발, 가보면 누구나 반할 숨은 관광지를 찾고, 존중하고 기억해야 할 남해사람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어른과 아이 모두가 좋아할 자연놀이터를 찾는 일이었다.

이런 로컬의 중심에 남해의 지역자원이 있고, 남해를 기록할 이야기를 이어가고, 남해의 풍경이 사진으로 담긴다. 특히, 청년들은 어른들의 오래된 기억을 현재로 소환해 내어 미래로 이어간다.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시골에서의 삶이 느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로컬의 속도는 아주 느리다.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와는 다르게 나 자신이 뒤처지는 것 같은 조급함도 느낄 수 있다. 청년들의 시계는 바삐 돌아가지만, 마음에 여유를 가지면 바다가 더 잘 보이고, 마을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고, 좋은 자원들을 잘 발굴해 낼 수 있다. 시골의 단점을 파괴한 축복이다.

한국의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된 청년이 남해에 산다. 문화콘텐츠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남해로 온다. 오래된 공간을 재생하여 살롱을 운영하는 청년기획가들이 있고, 창업청년들이 좋은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로컬은 연결이다. 도시의 세련미와 로컬의 지역성을 연결하는 청년들의 활동으로 남해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 지역에서 발견한 작은 씨앗으로 움을 틔워 울창한 숲을 이루어 낼 남해청년들을 응원한다.

김연경/남해군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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