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항공 산업
힘내라 항공 산업
  • 문병기
  • 승인 2021.01.1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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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계속된 북극발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대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걸 절감했다. 맞서 싸울 수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하며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왔다.

지난해 경남의 항공 산업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업체들은 살려고 발버둥 쳤지만 거기까지였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도, 맞서 보지도 못한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서, 절망과 탄식 외엔 딱히 할 게 없다는 걸 몸소 겪었다.

경남의 항공 산업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불길한 징조는 지난 2018년 10월 나타났다. 미 보잉사의 주력 기종인 B737맥스가 추락했다. 이어 지난해 3월 또다시 추락하면서 모두 346명의 고귀한 생명이 사라졌다. 보잉은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생산을 중단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지난 1년은 전 세계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했다.

B737맥스의 추락, 그리고 코로나19는 항공 관련 산업의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다. 특히 보잉 등 외국 항공사의 물량에 의존해온 사천의 항공제조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주문이 끊기다보니 생산은 예년의 20%수준으로 감소됐고, 매출도 80% 이상 급감했다. 업체들은 고육지책으로 권고사직이나 무급휴직, 임금삭감 등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한계점에 도달했다. 근로자들은 정든 직장을 잃고 실업자 신세로 전락해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다.

현재 사천지역 항공부품업체의 가동률은 10~30%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나마 30여 곳이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끊겼다. 더 이상 이 같은 현실이 지속된다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공장 문을 닫는 것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끝없이 이어지는 깜깜한 터널을 언제나 빠져나올지 장담할 수 없기에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지만, 항공 산업은 미래 산업으로 반드시 육성해야 할 주요 기간산업이다.

먼저 국가 차원의 적극적이고 대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항공업체들의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되살아난다면,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희소식도 들려온다. 연이은 추락사고로 전 세계 하늘 길에서 사라졌던 미국 보잉사의 B737맥스가 지난해 시험비행에 나섰고, 브라질 등 일부 국가는 12월 운항 재개 결정을 내렸다. 추락사고 발생 21개월 만의 일이라 의미가 깊다. 또한 전 세계를 공포와 충격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도 백신이 개발되면서 일부 국가들이 접종에 들어갔다. 올해를 기점으로 코로나의 악몽에서 서서히 깨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희망적이다.

여기에 더해 고무적인 사실은 KAI가 지난해 말을 계기로 수주액이 급증하고 있다. KAI는 최근 이스라엘 IAI로부터 G280 동체 구조물 1억3000만 불 규모의 물량을 신규 수주했다. 앞서 방위사업청과 1조500억 원 규모의 수리온(KUH-1) 4차 양산 계약, 국방과학연구소와 1400억 원 규모의 항공기 체계통합 계약을 체결하는 등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북극한파가 갑자기 찾아오듯, 위기 또한 예고 없이 찾아와 모두를 힘들게 했다. 신축년, 경남의 항공 산업은 이 모든 악재들을 털어내고 웃을 수 있을까. 항공 산업이 살아야 경남이 산다.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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