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소대나무에서 배우는 코로나 시대의 퀀텀 점프
모소대나무에서 배우는 코로나 시대의 퀀텀 점프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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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겨울이 춥다. 늘 오가는 겨울이지만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온이 뚝 떨어져서만은 아니다. 연일 문을 닫는 단골 가게, 아름답게만 보이던 눈길에서 미끄러진 택배 오토바이, 더 이상 못 살겠다고 거리로 나선 자영업자들의 저 처절함. 이놈의 코로나가 우리의 이웃들을 시베리아 북풍한설보다 더 춥게 한다.

뉴스를 보다 마음이 편하지 못해 한강 길을 나선다. 길을 걷다 싸늘한 강가에 홀로 푸른빛을 발하는 조그마한 대나무 숲이 보인다. 문득 내 고향 경호강과 남강의 대나무 숲이 떠올려 진다. 어릴 적 고향 산청에서 진주로 오가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던 경호강가의 대숲이나 촉석루에서 바라보던 남강가의 거대한 대숲들은 얼마나 황홀한 모습이었던가.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풍경들이다.

필자가 10여년 전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을 하면서 가장 부러워한 것이 울산의 ‘태화강 십리대숲’이다.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가 십리에 광활하게 보존된 무성한 대숲. 세계 어디를 가 봐도 이처럼 아름답고 잘 보존된 거대한 대숲은 없을 것이다. 이 대숲이 있어 여름에는 백로가, 겨울에는 까마귀가 둥지를 트는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가 되었다. 또 순천만 습지에 이어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는 계기가 됐다. “가히 태화강 십리 대숲은 울산 최고의 자산이자 자랑거리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 진주의 남강 대숲도 하루빨리 복원되기를 기대해 본다. 십년 아니 백년대계의 메가 프로젝트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다시 살아나고 사람이 다시 모여 들어 우리 진주의 옛 영광을 반드시 재현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서설이 길었다. 이 추운 겨울에 한가로이 대숲이야기를 꺼낸 것은 중국의 동부지역에서 자라는 희귀종 대나무인 ‘모소대나무(Moso Bamboo)’이야기 때문이다. 이 모소대나무는 일반 대나무하고는 성장의 과정이 다르다. 씨앗이 뿌려진 후 4년 동안에는 단지 3㎝만 자라나, 자라는지 마는지 농부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그러다가 5년째 되는 해부터는 하루에 30㎝이상씩 급속히 자라나 불과 6주 만에 15m가 넘는 장대가 되어 우람한 대숲을 이루게 된다. 죽순을 내기 전에 뿌리를 땅 속으로 깊게 내리는 혹독한 성장의 준비기간을 무려 4년간이나 가진 후, 비로소 세상에 나올 무렵 한꺼번에 폭풍성장을 하는 것이다. 깊고 넓게 만들어진 단단한 뿌리가 성장할 무렵에는 자양분을 한꺼번에 흡수해서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물리학에 퀀텀 점프라는 말이 있다. 양자세계에서 양자가 하나의 단계에서 다음의 단계로 넘어갈 때 계단의 차이처럼 확 뛰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다. 퀀텀 점프와 똑 같은 것이 바로 모소대나무다. 어쩌면 세상사 모두가 다 마찬가지다. 기업도 험난한 구조조정이나 혁신의 과정이 있고 난 다음에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삶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인고의 세월이 있어야 훌쩍 커진다. 길고 긴 코로나 시대도 그냥 흘려보낼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퀀텀 점프의 과정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힘이 들고 어렵다고 좌절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준비를 하자.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것들이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보자.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보자. 모난 부분을 단단히 다듬어 보자. 삶이란 끊임없이 전환의 마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이 우울한 코로나 시대를 우리의 삶을 전환시키는 새로운 계기로 만들어 보자.
 
오동호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세계미래도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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