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41]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41]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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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 들어간 토박이말(2)

지난 글에 이어 오늘도 ‘방울’이 들어간 토박이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아직 피지 않은 어린 꽃을 흔히 ‘꽃망울’ 또는 ‘꽃봉오리’라고 하는데 ‘꽃방울’이라고도 합니다. 아직 말집 사전에 대중말 표준말로 오르지는 못했는데 아직 피지 않은 어린 꽃이 마치 방울처럼 보여서 그렇게 부르지 싶은데 소리도 예쁘고 뜻도 바로 알 수 있으니 ‘꽃방울’이라는 말도 대중말로 말집에 올려서 많이 쓸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꽃방울’과 비슷하게 아직 대중말은 아니지만 예쁜 말로 ‘불방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말집 사전에서는 ‘불티’가 대중말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티가 ‘타는 불에서 튀는 작은 불똥’을 가리키면서 ‘소요나 말썽의 원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불티와 함께 ‘불방울’이라는 말도 살려 쓰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가진 느낌이나 생각을 마음껏 드러내려면 뜻이 비슷하지만 느낌은 좀 다른 여러 가지 말이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꽃방울, 불방울 같은 말도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방울이 들어간 말 가운데는 ‘방울방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첫째 한 방울 한 방울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고 둘째로 ‘액체 따위가 둥글게 맺히거나 덜어지는 모양’을 가리킬 때도 씁니다. 첫째 뜻으로 쓴 보기로 “이슬의 방울방울 마다 햇빛이 비추었다” 가 있고 둘째 뜻으로 쓴 보기로 “가온이의 이마에서 방울방울 땀이 흘렀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울방울’과 관련이 있는 말로 ‘점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긴 한데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 말과 아랑곳한 말로 꽃배곳 아이들의 배움책인 초등학교 교과서에 ‘점적병’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이 말을 처음 보고 놀랍기도 했지만 참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쉬운 말을 쓰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반갑기는 하지만 또 한 쪽에서는 이런 말이 교과서에 나오니까 그 옆에 한자를 밝혀 나란히 적을 수 있도록 법을 바꾸자고 한다는 기별을 들으니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점적’은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일 또는 그 방울’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알려드린 ‘방울방울’과 거의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시료 용액에 시약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점적병’은 ‘약물이나 액즙 따위의 분량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서 헤아리는 기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병’이라는 말은 못 바꾼다고 하더라도 ‘점적병’은 ‘방울방울’이라는 말을 써서 ‘방울방울병’이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런 일에 마음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아쉽기만 합니다.

이렇게 방울이 들어간 말을 챙기다 보니 ‘방울’이 들어간 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하지만 방울이 들어간 말은 얼마든지 더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방울’을 어디에 달았느냐에 따라서 말의 목에 달면 ‘말방울’이라 했고, 매의 꽁지에 달면 ‘매방울’이라고 합니다. 소의 목에도 달면 ‘소방울’인데 이 말은 아직 말집 사전에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기르는 개나 고양이 목에 달면 ‘개방울’, ‘고양이방울’이라고 할 수 있어서 얼마든지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많은 사람이 쓰면 말집(사전)에 오를 것입니다.

끝으로 ‘침방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빛무리 한아홉(코로나19) 때문에 많이 쓰는 ‘비말’이라는 말이 어렵기 때문에 ‘침방울’이라는 말을 쓰자고 해서 많이 쓰게 된 말이라 자주 보는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좀 더 쉬운 말을 찾아 쓰려는 마음과 함께 쉬운 말을 만들어 쓰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아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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