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방대생의 소회
어느 지방대생의 소회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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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좀처럼 드라마에 정을 붙이지 않는 편이나 최근 시청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허쉬’다. 기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데, ‘쉿, 조용히 하라’라는 뜻의 ‘허쉬(hush)’는 사건과 진실을 ‘고발’하며 끊임없이 사회 문제를 향해 자정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언론과 다소 모순되는 단어이지 않은가. 짧지만 호기심을 자극한 드라마의 제목이, 그다음으로는 해당 드라마가 실제 기자 출신 작가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에서 구미를 당겼다, 더군다나 겨울방학을 맞아 언론사 인턴을 앞두고 있었기에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첫 화부터 언론사 내부의 위계와 복잡한 이해관계,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지만 기자들의 세련된 옷차림 등 여러모로 흥미롭게 와닿았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드라마 속 어느 인턴기자 이야기다. 국내 굴지의 언론사 ‘매일한국’의 인턴으로 들어온 ‘수연’은 유능했다. 인턴 채용을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등을 하고 인턴 동기들 중 평가 점수도 가장 높았다. 동시에, 수연은 인턴들 중 유일한 지방대 출신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인턴 마지막 날 한 식당에서 편집국장은 인턴 담당 기자에게 지방대 출신은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없으니 수연의 이름만 도려내라고 지시한다. 지방대 출신은 싹부터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도, 칸막이가 쳐진 식당 옆 칸에서는 수연을 포함한 인턴들이 식사를 하던 중이었으며 결국 모두가 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수연은 홀로 당직을 서던 날 밤, 끝내 기자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5층 편집국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지방대생 청년에게는 반전의 기회조차 허락되지 못했다. 기자를 꿈꾸던 지방대생 인턴기자를 ‘자살’이라는 자극적 에피소드로 소비하고 끝내버리는 시나리오는 과연 옳은 것일까. 겉보기에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학벌 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듯하나 이러한 서사는 지방대생을 취업 시장에서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는 그저 나약한 존재로 전락시켜버린다. 또, 은연중에 지방대생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한계라는 선을 그어 버린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역시 차별은 어쩔 수 없는 것, 대항조차 못 하리라는 타성에 젖어 들게 할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를 비롯해 미디어는 지방의 청년들을 좌절과 사회적 편견의 대상으로 조망하는 것을 멈추고 의지를 꺾지 마시라. 드라마 밖 현실 세계에서는 매일한국의 ‘수연’이 실재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예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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