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아침 식사
[강재남의 포엠산책]아침 식사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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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자크 프레베르

그이는 잔에 커피를 담았지
그이는 커피 잔에 우유를 넣었지
그이는 우유 탄 커피에 설탕을 탔지
그이는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를 저었지
그이는 커피를 마셨지
그리고 잔을 내려놓았지
내겐 아무 말 없이
그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지
그이는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지
그이는 재떨이에 재를 털었지
내겐 아무 말 없이
그이는 나를 보지도 않고 일어났지
그이는 머리에 모자를 썼지
그이는 비옷을 입었지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이는 빗속으로 떠나버렸지
말 한마디 없이 나는 보지도 않고
그래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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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산책… 처음부터 있었던 듯 없었던 그이는 내가 그린 자화상인가요. 고딕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음영이 짙네요. 처음부터 없었을지 모를 그이는 어쨌거나 지금도 없어요. 이 세상 사람이든 아니든 나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요. 이것이 환영이라면 그것조차 괴이한 일입니다.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그이가 먹던 그대로 아침 식사를 하는데요. 식탁에는 여전히 그이가 있고 그이를 그리워하는 내가 있어요. 그리움이 있는데도 춥고 눅눅하고 쓸쓸한 이 감정은 무엇일까요. “말 한마디 없이 나는 보지도 않고” “빗속으로 떠”난 그이는 단순한 환영에 불과했는지 문득 의문이 듭니다. 냉엄한 현실에서 어떤 것도 현실이라 말하기 어렵고 환영이라 말하기도 어려운 나는 그저 얼굴을 묻고 울어야 합니다. 그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걸요. 그이의 아침식사를 나는 언제까지 습관처럼 하고 있으려나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 그이처럼 돼버릴 나를 꿈꾸는 것인가요. 꿈이 꿈밖으로 걸어와 내 어깨를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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