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경일포럼]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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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여의도가 발칵 뒤집어지고, 전국이 술렁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물론 전직 대통령들의 계속되는 구속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사면을 하기만 하면 국민통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4년 전이었다. 2016년 12월,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춘향인 줄 알고 뽑았는데 알고 보니 향단”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기대하고는 달라서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뜻인 것 같은데 향단이 아니라 공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을 가리켜서 자신의 시녀였다고 말했고, 최순실 역시 1979년 10월 말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가 아직도 자신이 공주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영국에 갔을 때였다. 호텔 화장대 거울과 화장실 양변기를 본인이 익숙한 걸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는데 한번 가보고 싶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있는 곳이 모두 집무실이라고 했다. 청와대 집무실과 관저가 구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집무실에 가지 않을 때도 많았다. 공주였던 그는 불성실한 대통령이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은 정확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각성을 요약하였다. 2017년 3월 김이수, 이진성 헌재 재판관이 16쪽 분량의 보충의견에 담은 세월호 관련 내용이다. 두 재판관은 “참사 당일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관한 파악과 대처 과정에서 자신의 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라고 보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되어 대규모 피해가 생기거나 예견되는 국가 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상황의 중대성 및 급박성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은 현저하게 불성실하였다.” 그러나 2016년 7월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래로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다면서 사법부를 비난하기만 했다.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으나 비선 실세의 이익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하였다. 그 결과로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되어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자신이 정치적 희생물이라고 착각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진작부터 충고하신 분들이 있다.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공개적으로 하야를 권면했던 김동길 교수는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은인자중하며 건강에 유념하고, 그가 이 불행한 민초들에게 보은하는 날이 반드시 오기를 나는 바란다’고 하였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원장과 2007년, 이명박·박근혜 대선 후보 경선 검증위원장을 한 인명진 목사는 재판이 한창 진행될 때 ‘자기를 믿고 투표한 많은 국민, 그 가운데 특히 유세 때 시장에서 장사하던 아주머니, 식당에서 물 묻은 손으로 박 대통령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던 사람들의 얼굴을 박 대통령이 떠올려야 한다. 그들이 느끼는 참담함, 허탈감을 깊이 생각해, 자기의 안위를 생각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애국심을 발휘해 모든 걸 내려놓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제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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