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깃든 가치 재생, 스페이스 미조
공간에 깃든 가치 재생, 스페이스 미조
  • 경남일보
  • 승인 2021.01.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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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바다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남해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미조항은 어업전진기지인 국가어항으로 ‘한국의 나폴리’로 불려왔다. 내가 스무 다섯 살 되던 해에 이탈리아 나폴리를 가게 됐는데 투덜거림이 먼저 나왔다.

“이태리의 미조구만. 아름다운 미조를 나폴리에 갖다 붙이다니.” 미조항에 와 본 적이 있는가. 기선권현망, 선망, 유자망, 자망 등 어업행위에 맞는 종류별 어구를 실고, 첫 새벽에 작은 집어등에 의지한채 바다 위 검푸른 장막을 가른다.

선원들의 안전과 만선을 기원하며 항해하는 선박들은 그득하게 고기를 잡아 미조항으로 돌아왔다. 유자망에 걸린 멸치를 털고, 선망에서는 고등어를 쏟아냈다. 통발 속에서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쓰이는 장어와 겨울철에 별미 재료인 물메기를 건졌다. 자망으로는 남해의 행사에 빠질 수 없는 서대와 누구나 좋아할 조기와 병어를 잡고, 채낚기로 갈치를 낚아 올렸다. 남해의 어획물은 최고의 상품이었으며, 선박마다 모래알처럼 털어내는 고기들은 수협에서 운영하는 냉동창고로 줄지어 들어갔다.

어부들의 얼굴이 구릿빛으로 변하고, 주름이 늘어가는 동안 쌩쌩하던 냉동창고도 늙어 유휴공간으로 남고 말았다. 냉동창고는 ‘스페이스 미조(space mijo)’라는 새 이름표를 붙이고,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단절되고, 멈춰진 세월 속에 있던 바다와 공간, 역사와 사람을 다시 연결해 어부들의 이야기를 발굴, 기록하는 작업부터 천천히 했다. 남해사람들, 미조어부들의 땀과 눈물, 젊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역사적인 공간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재생사업 준공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재생한 공간은 어업전시관, 디자인스튜디오, 다목적홀, 옥상정원을 담아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 공간이 될 것이다.

도시의 재발견이라는 책에는 “오래된 건물과 장소를 없애고 새로 짓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진짜 어려운 일은 오래된 것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건축이고 참한 도시설계다. 지혜와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섬세한 손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라고 저술하고 있다. 사라지고 있는 옛날과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 지역민들과 지역활동가,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랑방이 될 것이다. 그 옛날, 냉동창고에 고기가 물 밀 듯이 들어갔듯이 스페이스 미조에는 사람과 문화, 이야기와 긍정 에너지가 미조 앞바다의 푸른 파도처럼 항상 드나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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