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특례시’와 인구 데드크로스 극복
‘창원특례시’와 인구 데드크로스 극복
  • 이은수
  • 승인 2021.01.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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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인구소멸로 사회는 폭동과 테러가 비일비재하고 국가는 무정부 상태로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처음으로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에 진입하면서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는 점점 늘어나지만 정작 이들의 부양을 맡은 젊은 층 인구는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과연 해법은 뭘까.

저출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헝가리는 무슬림 이민자를 막고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여성이 41세 이하인 신혼부부에게 우리 돈으로 약 4000만원을 빌려주는 제도를 시행한다. 5년 내 한 명의 아이를 낳는 부부에겐 대출 이자를 면제하고, 3명의 아이를 낳으면 대출금을 전액 탕감해준다. 헝가리에서 4000만원은 일반 봉급자 약 2년치 연봉수준이다. 수년 전부터 인구가 연간 4만 명씩 줄어드는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나온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다.

인구 감소에 비상이 걸린 창원시 역시 새해 들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파격적인 시책을 내놨다. 허성무 시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결혼·출산 장려책인 ‘결혼드림론’을 내년 상반기 도입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결혼 시 1억원을 대출해주고 1자녀 출산 시 이자 면제, 2자녀 출산 시 대출원금 30%, 탕감, 3자녀 출산 시 전액 탕감이 골자로, 경제적 사정으로 결혼을 망설이는 세대에게 결혼과 양육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창원특례시’와 무관치 않다. 지금 상황으로는 특례시 지정 기준이 되는 인구 100만 선 붕괴는 시간문제여서 창원특례시가 되자마자 도로창원시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창원시가 특단의 대책으로 빚 탕감 정책을 들고 나온 것. 당장 눈에 확 들어오는 제도에 관심이 쏠리며 반응은 뜨겁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구 감소의 해결을 결혼과 출산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되며, 무리한 출산 단기정책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소외감을 증폭시킬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책으로 성차별적인 문화를 개선해 자녀를 출산하고 싶은 창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지속가능한 관점에서는 물고기를 주는 것 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출산율 하락의 가장 큰 함수관계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다. 가장 좋은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창원의 인구 감소는 주력산업인 제조업 침체로 근로자 수가 줄었으며,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시민들이 출퇴근이 가능하고 집값이 더 싼 김해시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인구 유출이 가속화 된 측면이 크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젊은 층 눈높이에 맞는 지원책이 요구된다. 출산 장려정책은 지금의 부모 뿐 아니라 태어날 아이에게까지 혜택이 이어질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도 요구된다. 정치, 경제, 사회 구조가 결국은 지속가능한 사회가 돼야만 내 자녀도 거기서 불이익을 겪지 않고 얼마든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지난해 12월 보도를 보면 헝가리에서 결혼수가 반짝 급등했다는 보도도 있지만 아직 정책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복잡하게 얽힌 인구 감소 문제를 풀기 위해선 아이의 출산과 양육, 교육, 취업과 결혼 등 생애 전반에 걸친 삶의 질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에서 인구를 늘리겠다며 온갖 방안을 쏟아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특례시를 품에 안은 허성무호가 결혼 및 출산 시책으로 인구 데드크로스도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창원총국 취재팀장

이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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