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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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01.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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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요즘 발표된 경남의 소설, 수필, 순례기(11)
황광지 작가의 <파란만장한 다산>은 이어진다. “다산은 자신의 시문집에서 천주교와 관련된 모든사항은 자기 검열을 했다. 천주교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조의 총애 때문에 배교를 표방한 상태에서도 주문모 신부를 도와 피신시키는 등 그는 서학의 흔적을 온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노론 벽파의 칼끝이 늘 그를 겨누었고 유배와 좌천을 되풀이했다. 정조는 다산의 순발력과 총명함에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위기가 따를 때마다 손길을 내밀어 그를 살려 놓았다.” 그러나 사정은 급변했다.

“1800년 6월 다산의 버팀목이었던 정조가 승하했다. 수렴청정 정순대비가 칼을 뽑았다. 1801년 신유년 2월에 형 정약종이 당당하게 서소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한다. 이승훈은 배교 딱지를 달고 도 최필공, 최창현, 홍교만, 홍낙민과 함께 숨을 거둔다. 11월에 처숙 황사영이 처형되고 살얼음판을 걷던 다산과 형 정약전은 유배지로 출발한다. 정약전은 흑산도로 가고 다산은 강진으로 떠나는 때가 마흔 살이다. ”

정 민은 다산이 지웠음직한 자료를 날것 그대로 맥락없이 남겨진 다른 자료와 겹쳐 읽음으로써 지워진 부분을 복원하려고 애를 쓴 것이다.

“<파란 1, 2권>을 읽는 내내 긴장과 스릴이 느껴졌다. 저자의 말대로 천주교의 여러 사제와 수도자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표가 여실히 드러났다. 오래된 신자처럼 교화용어를 사용하는 치밀함으로 신뢰를 가지게 했다. ”

황 작가는 이렇게 마무리를 짓는다. “정약용 요한. 그는 정조와의 애잔한 관계 속에 18년을 보냈다. 한 하늘 정조를 여의고 강진 유배 18년 동안의 생활에서 또 다른 한 하늘 천주의 사랑을 받았을까. 정 민은 구석구석 더께 낀 자료들을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말했다. 다산의 마음 속에는 늘 천주가 살아 있었다고.”

황광지 작가는 정 민 교수의 저서 <파란>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다산의 천주교 행적 몇 가지를 감동으로 알아내었다. 첫째 천주교 초기 가성직제도에서 다산이 신부였다는 것, 둘째 다산의 세례명이 요한이라는 것, 셋째 죽기 전에 받는 의식인 종부성사를 받았다는 것. 네째 주문모 신부를 피신시켰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제 작품 전으로 돌아가서 2020년 3인 3색 동인지 제호가 왜 <파란. 찬란>인가를 밝혀 본다. 황 작가의 수필이 <파란만장한 다산>이다. 박해시대를 살았던 분들은 순교로 피를 흘렸는데 그것이 파란(십자가)이라는 점을 알겠고 그다음을 유추하면 피 흘림을 잇는 일은 찬란한 부활이라는 것이다. 파란, 찬란은 고통이며 영광이 아닐까?

황 작가는 이 수필을 쓰기 전에 <다산 선생과 하노이>를 썼다. 이렇게 시작된다. “다산 선생이 하노이까지 따라왔다. 강진 문학기행에서 선생의 공적에 푹 빠졌다가 그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하노이로 왔다. 전혀 뜻 밖으로 여기서 그분의 찬사를 또 듣게 되다니, 가이드는 베트남의 위대한 지도자 호치민이 죽는 날까지 손에서 ‘목민심서’를 놓지 않았다고 여러번 말한다. 그 지도자가 이 나라를 이끌기 위해 기우인 노력을 말할 때 정약용이 번번이 등장한다. 베트남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가이드는 한국이 이 나라에 미친 영향을 매우 긍정적으로 표현하곤 한다.”

수필은 이어진다. “하노이 성지순례에 나선 일행은 성요셉 대성당에서 미사를 올란다. 신부님 강론은 베트남 순교자로 시작된다. 우리 성인 103위보다 더 많은 117위 베트남 성인에 십삼만 순교자가 있다고 추정한다는 것에 나는 귀를 세운다. 우리의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처럼 순교한 베트남의 안드레아 둥락신부에 대해서도 듣는다. 그리고 강론은 정약용으로 이어진다. 서학을 공부한 정약용을 따라 그의 형 정약종과 정약전은 천주교에 대한 깊은 신앙을 가졌다. 신유박해가 일어나고 1801년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되고 정약종은 순교했다. 정약종의 아들 정하상 바오로는 1839년 기해박해에 모친 유소사 체칠리아 누이 정정혜 일리사벳과 함께 순교하였다. 강론의 말미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천주교가 전해진 베트남 교회를 존중하고 평화가 머물기를 기도하도록 권한다.” 황 작가는 수필 말미에서 “떠날 때는 생각지도 못한 데서 여행의 기쁨을 누린다고 했다. 세상은 열려 있다. 강진에서 하노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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