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14]정동원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14]정동원길
  • 경남일보
  • 승인 2021.01.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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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사랑을 먹고 자란 천재소년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았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세상을 지배하려고 기승을 부리는 바이러스에 주눅 든 사람들의 삶의 패턴도 변하게 했다. 이러한 두려움과 주눅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갖게 하는 백신 역할을 한 존재가 있다. 바로 트로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예방을 위해 개발된 주요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등이다. 이러한 화학적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또 다른 백신이 이미 개발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정서적 백신인 트로트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트로트는 정서적 즐거움과 힐링을 선물함으로써 훌륭한 백신 역할을 했다. 이처럼 정서적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은 트로트 가수들의 중심에 어린 소년 정동원이 있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만 13세의 나이로 결승전에 진출해 최종 5위를 했던 정동원은 노래도 잘하지만 할아버지와의 사연 때문에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2007년 제주도에서 태어났지만, 자라난 곳은 경상남도 하동군 진교다. 2020년 2월 진교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3월 진교중학교에 입학하였으며, 9월 편입 시험을 거쳐 서울 선화예술중학교에 전학하여 지금 재학중이다. 정동원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덕분에 트로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가수의 꿈을 키웠으며, 거기에 자신의 노력이 더해져 마침내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 지금은 국민 손자가 되어 전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하동군에서는 정동원의 고향 집을 찾는 팬과 관광객이 늘자, 새 관광명소로 육성함과 함께 그의 천재적인 노래 실력을 기리기 위해 ‘정동원길’을 지정, 조성해 놓았다.

 
 
◇본가 ‘우주총동원’에서 키운 정동원의 꿈

이른 점심을 먹고 가족과 함께 정동원길을 트레킹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진주에서 출발하여 30분 남짓 걸려 정동원 본가 자리에 새로 지은 ‘우주총동원’에 도착했다. 동원 군의 공식 팬클럽인 ‘우주총동원’이란 이름을 따서 카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우주총동원 건물 옆쪽에 임시건물을 지어놓고 동원 군의 음악연습실과 살아온 내력을 담아놓은 사진, 할아버지의 삶이 배어있는 유품 등을 전시해 놓았다. 특히 건물 입구에 할아버지가 맨 처음 동원 군에게 선물한 색소폰과 눈물을 훔치는 할아버지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한참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1:1 데스매치에서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 전주곡으로 직접 색소폰을 연주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동원 군의 스타성과 천재성을 동시에 보여준 순간이었다. 6개월 정도 배웠다는 색소폰 연주를 듣고는 우와! 정말 천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날 이후 틈날 때마다 정동원이 부르는 노래를 듣곤 했다. 어린 동원이가 살아온 과정을 알고 난 뒤부터 그가 부르는 노래에서 동원이의 삶과 아픔, 가족이 담겨 있음을 느꼈다.

건물 한쪽 공간에다 마련한 정동원음악실엔 동원 군이 쓰던 기타와 드럼 등의 악기가 놓여 있었다. 한쪽 벽에는 동원 군의 초등학교 시절의 성적표, 추억어린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담아놓은 담금주와 유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동원 군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삶, 가족사 등을 고스란히 볼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공간에서 탐방객들은 한 소년이 머금었던 가수의 꿈을 담아가기 위해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활짝 피어나고 있는 동원이의 꿈을 보지도 못한 채 폐암을 앓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전시관을 나오는 필자의 발걸음이 잠시 무거워졌다.

 
 
◇메타세쿼이아가 반겨주는 정동원길

정동원길은 정동원의 본가를 중심으로 진교면 백련마을 회전교차로까지의 3.3㎞와 금남면 하삼천 회전교차로까지의 3.9㎞ 총 7.2㎞ 구간의 명예도로이다.

카페 ‘우주총동원’에서 금남면 회전교차로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하고, 진교면 백련마을에서 시작되는 메타세쿼이아길은 직접 트레킹하기로 했다. 먼저 차를 타고 ‘우주총동원’에서 300m 정도 내려가자 진교전망대가 나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무척 이채로웠다. 가까이는 야트막한 산기슭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주었고, 멀리는 키 작은 산들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맞대어 지리산 천왕봉을 받들고 있는 모습이 매우 갸륵하게 보였다.

차로 5분 정도 더 가서 회전교차로에서 되돌아왔다. 다시 본가를 지나 하동군 축산종합방역소 근처에 주차한 뒤, 메타세쿼이아가 탐방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도열한 메타세쿼이아길을 걸었다. 정동원길의 대부분이 찻길과 겹쳐 있어 걷기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축산종합방역소에서 백련마을까지 옛 남해고속도로 옆으로 나란히 나 있던 지방도에다 메타세쿼이아를 심어 조성한 메타세쿼이아길은 트레킹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길 양켠으로 메타세쿼이아를 심어 놓았고, 한가운데엔 탐방객들이 걸어다니기 좋도록 톱밥 융단을 깔아놓았다. 톱밥이 흩어지지 않도록 길 가장자리에 대나무를 덧대어 철로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매우 이색적이다. 톱밥길 양켠에서 화사한 꽃길을 만들어준 코스모스는 자신의 임무를 다한 뒤 그루터기만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코스모스가 활짝 핀 가을길도 예쁘지만, 잎을 다 떨군 메타세쿼이아와 코스모스 빈 자리 겨울을 인내하는 맨땅을 바라보며 걷는 겨울길도 멋있었다. 봄길과 가을길은 그 자체가 꽃길이지만 겨울길은 잡념을 떨치며 걷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꽃길을 만들며 가는 순간순간이 사색적이라서 좋았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이 정동원이라는 스타를 탄생시켰다. 새로 탄생한 영웅이 잘 자라서 꽃을 피우고, 훌륭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우리 모두가 즐거움과 행복 가득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간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힐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종현 시인·멀구슬문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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