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가마우지와 왕버들 불편한 동거
민물가마우지와 왕버들 불편한 동거
  • 이은수
  • 승인 2021.01.21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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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상징 버드나무 군락
가마우지 개체수 늘면서 ‘악몽’
가지마다 배설물 덮여 고사 위기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인해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곳곳의 버드나무 군락이 고사위기에 처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21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주남저수지에는 지난해 가을부터 민물가마우지 1500여마리가 월동을 하고 있다. 통상 6개월 정도 주남저수지에서 둥지를 틀고 주남저수지와 낙동강 하구언 을숙도 등을 오가며 지내는데, 최근들어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남저수지 환경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백로, 황새, 왜가리 등의 여름철새와 함께 주남저수지에 자생하는 곳곳의 버드나무에 떼지어 앉는데 문제는 그 배설물에 의해 나무에 눈꽃이 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산성 배설물로 인해 나무가 서서히 고사한다는 것이다.

주남저수지 왕버들은 지난해 9월부터 고사하고 있으며, 주남저수지 소 제방의 포플러 군락에는 수백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만들고 지내면서 왕버들은 쇠락해지고 있다.

주남저수지 풍경의 상징과도 같았던 탐조대 앞 수면 중앙 지점에는 약 50여 년 전부터 자생한 세 그루의 버드나무와 동판저수지의 버드나무군락이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쇠락하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거의 고사된 상태로 주남저수지 사진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진을 비교해 보면 왕버들 고사는 확연히 눈에 띈다. 2013년 경 동판저수지 왕버들 사진을 보면 나무들이 건강하다. 하지만 같은 곳 2020년 9월 24일 사진에는 왕버들이 대부분 고사했다.

주남저수지는 1970∼80년대 까지만 해도 수면유역에 오늘날처럼 버들류의 수목들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질펀한 습지었으나 인위적인 수위변화에 따른 습지의 육지화로 수목들이 울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당시에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던 민물가마우지가 2010년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 주남저수지 소 제방의 포플러 군락에는 모여 앉은 민물가마우지 무리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자연계에는 인간이 가장 큰 적이라는 말도 있지만 생태환경변화에 따른 동식물의 서식분포도 크게 변해 자연이 자연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주남저수지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물가마우지는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100여마리가 월동을 했으나 을숙도 일대에 부산에코델타시티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면서 위협을 느낀 가마우지가 대거 주남저수지로 이동, 주간에는 낙동강 하구언 일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야간에는 주남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틀면서 민물가무우지 수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다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어류자원증식을 위해 주남저수지에 매년 어린물고기 방류를 실시함에 따라 민물가마우지의 주먹이인 어류자원이 풍부해진 까닭도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가마우지과에 속하는 몸길이 80∼90cm인 겨울 철새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근래에는 주남저수지에서 사계절 내내 터러 텃새로 자리 잡는 경우도 관찰된다.

수백마리의 가마우지가 봉암 개벌 및 을숙도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배설물이 차량에 자주 떨어져 골치가 아프다는 민원 또한 제기되고 있다. 창원시 주남저수지과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 8월 중순부터 민물가마우지 수백마리가 무리지어 매일 이른 아침이면 주남저수지에서 동판저수지로 이동하는 광경이 관찰되는데, 응당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이지만 민물가마우지 무리들이 모여 앉는 곳곳마다 이러한 현상이 나날이 계속된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며 “이와함께 해가 갈수록 도래하는 철새들의 종류와 개체수의 변동도 심한 편이라 주남저수지 일대의 생태환경 변화와도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민물가마우지가 주남저수지에 자생하는 왕버들에 군락에 떼지어 앉아 있다. 나무에 눈꽃이 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산성 배설물로 인해 나무가 서서히 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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