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경남제조업의 활로 모색
신축년 경남제조업의 활로 모색
  • 경남일보
  • 승인 2021.01.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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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객원논설위원·경남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새해 들어 코로나19 백신공급과 접종계획이 구체화되고 추가의 재정정책이 거론되면서 국민들은 가끔 ‘코로나19 이후의 삶 그려보기’와 같이 작게나마 꿈을 꾸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언 겨울임에도 마음은 이미 봄에 다다른 듯 포근해지곤 한다. 지난 2011년부터 꼭 10년째 내리막길로 기울어왔던 도내 제조업도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기지개를 켜갈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 결코 쉽지도, 녹록지도 않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하다.

도민과 우리 국민 모두가 인지하는 도내 제조업은 단연 기계 산업이다. 완제품 기계장치를 비롯하여 중간재인 설비와 부품소재를 포함하는 경남의 업종을 세분해 보면 선박건조, 자동차 부품과 제조, 항공부품과 완제기 제조, 건설중장비 부품과 제조 등이 핵심이다. 지난 98년의 IMF외환위기 하에서도 이렇듯 길게 겪지 않았는데 지난 10년간의 끝없는 추락이고 보면 그 배경이 과거처럼 세계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아서가 아님을 알게 된다. 도내 주력업종 대부분이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산되어 버렸음이 더 큰 원인이다. 즉, 도내 업종 대부분이 자본재로서 다른 재화를 생산하는데 필요로 하는 재료, 기계, 설비, 장치들로 부품류와 중간재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산이 세계분업구조로 날로 확대되고 있다. 물론 지난해의 코로나19로 글로벌 수요부진도 일정 작용하고는 있지만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기계류 설비, 부품과 중간재들의 해외나 현지 생산비중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경남 제조업의 앞날을 내다보게 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10여 년 전, 도내 조선 대기업이 높은 가격으로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던 적이 있었고, 근래 들어 2년 전부터는 도내에 선박건조 수주가 늘면서 그들의 후방업종인 기계업종에서의 기대치도 커졌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건조에서 매우 낮은 국내산 사용(낮은 국산화율)으로 당시의 지역과 국가경제 기여도는 낮았고, 최근의 높은 조선 수주물량이 도내 부품업체로 확산, 전이되지 않는 것도 세계분업구조의 확대에 기인하고 있는 사례이다. 분업의 확대는 생산비용, 제품의 질 및 주문자요구 등이 고려되기도 하지만, 노동·금융과 기업을 보는 시각 등 국내의 생산과 공급환경이 과거와 여러모로 달라져감도 유의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경남이 코로나 이전부터 준비해왔고 지금도 진행 중인 “디지털화, 스마트화”를 위한 투자가속과 기술혁신을 위한 일련의 노력은 제조업 회생을 위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확산에 따른 도내에서 생산되는 자본재에 대한 해외수요가 급감하게 되는 세계적 시장상황과 수요 추이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업과 공장의 디지털화, 스마트화는 현재의 고비용구조를 일정 낮추는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도내 자본재 상품들에 대한 해외수요가 그나마 남아 있는 곳이 신남방권이라 불리는 아세안과 중동 일부 정도이다. 중국 특수가 사라진지 오래고, 규모의 경제를 이유로 브라질, 터키, 남아공, 인도 등은 현지생산과 조달에 치중하고 있다. 수요가 적어졌는데 대량 공급망만을 스마트화한다면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창원국가산단 수출액이 10여 년 전에 비해 반타작에 불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모(歲暮)에 들어, 단절과 비대면 소비시대를 지나 새봄에는 백신과 집단면역에 의한 콘택트 소비시대를 기대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경남 제조업과 경제도 코로나19를 치밀하게 대처해왔듯이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여 우리나라 기계산업이 창원과 경남을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한 해이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기계장비, 수송기계부품류와 건설기계 및 철강금속가공제조업종은 기술개발, 제조와 공정, 생산과 수요처 등에 있어서 과거와 완전히 다른 판을 짜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송부용 (객원논설위원·경남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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