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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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1.01.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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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수 (창원대학교 명예교수)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도 한다. 삶을 되돌아보는 것, 그 역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90년대 중반, 내가 재직했던 창원대학교에서는 전신인 마산교육대학(1970)으로부터 시작해 25년사를 편찬했다. 편찬위원으로 참가해 자료 수집을 하는데 매우 난감한 일이 있었다. 교사(校史)편찬에 가장 중요한 자료가 대학에서 발행하는 학보(학교신문)인데 ‘마산교육대학’학보가 한 장도 없었다. 창원대학 학보는 교육대학에서부터 호수(號數:번호)를 계속 이어 발행했다. 도서관이 있는데도 창간호는 물론이고 전부가 분실됐다.

아마 1983년초 마산 가포캠퍼스에서 창원캠퍼스로 이전하면서 폐기 처분된 것 같았다. 나는 당시 전국의 교육대학 및 일반대학등 도서관에 연락했으나 학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진해 해군사관학교 도서관을 찾아가 문의했더니 도서관 건물을 새로 지어 신문 등 일부 자료를 폐기 처분하고자, 창고에 넣어두었으니 가서 찾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신문 더미를 온 종일 뒤졌으나 창간호는 끝내 찾지 못하고 제2호를 비롯해 몇 장을 찾아 온 적이 있다. 휴지처럼 버리는 신문조각도 이처럼 귀중한 자료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1990년대 중반 ‘경상남도의회사’를 편찬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가 최초로 시작된 1952년부터 1961년까지는 도청 내에 자료가 전무했다. 부득이 당시 도청소재지(부산)인 부산시립도서관 지하서고에 가서 당시 발간된 타블로이드판 부산지역 4개 신문(부산일보, 민주일보, 자유민보 국제신보)의 기사를 모조리 찾아 조심스럽게 복사한 기억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북유럽 항만시찰 때에는 여행 가방에 홍보용 간장통을 가득 담아 한인식당에 들릴 적마다 1통 내지 2통을 선물로 주고 왔다. 대부분 이들은 몽고간장을 먹어본 기억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당시 나는 ‘몽고식품(간장)100년사’를 집필하고 있을 때였다.

오늘날 우리는 전통학문인 유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경남정신의 뿌리인 유학자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고자 몇 년 전 경남일보를 찾은 적이 있다. 오랫동안 기획연재(317회)된 강우유맥을 복사하고자 편집부장의 도움으로 자료를 접했으나 너무나 방대한 내용이라 도저히 복사할 엄두조차 나지 않아 유학자들의 이름만 아는데 그쳤다.

경남의 정신문화를 다음세대에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수록하지 못한 유학자를 보완하고 재정적 지원체제를 마련해 책이 출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강용수/창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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