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재난지원금 지급’ 놓고 불협화음
‘외국인에 재난지원금 지급’ 놓고 불협화음
  • 백지영
  • 승인 2021.01.25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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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국적 이유 ‘차별’ 판단…지급 권고
도, 권고 불수용 방침 전달…“향후엔 검토”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상반기 경남도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외국인 주민은 배제된 것은 차별 행위라며 개선을 권고했으나 경남도는 이를 따르지 않기로 최근 결정하면서 외국인 주민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 경남도 등에 따르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8일 김경수 지사에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 주민으로 등록된 외국인 주민에게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10월 창원 거주 한 재외동포 부부는 인권위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지급대상에서 배제됐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조사를 거쳐 “국적을 이유로 한 재화 공급에서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경남도에 전달했다.

하지만 경남도는 이 같은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난 20일 인권위에 전달했다. 경남도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도 의회 예산 통과와 재원 절반을 부담하는 시·군의 동의, 도민 여론 수렴 절차 등이 필요해 당장 지급하는 건 어렵다”며 “인권위에 ‘향후 보편적으로 전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외국인 주민도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비슷한 인권위 권고를 받은 서울시·경기도 중 경기도는 불수용 회신을 했지만 서울시는 ‘외국인 주민도 주민’이라는 권고를 수용하고 이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문제가 된 경상남도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난해 4월부터 건강보험료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인 가구에 최대 50만원까지 지급된 제도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과 동일하게 외국인·재외국민은 지원에서 배제됐으나, 주민등록상 내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세대원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지원됐다.

당시 도내 등록 외국인 7만6123세대 중 40%에 가까운 3만1000세대(7만1300명)가량이 지원에서 배제됐다.

인권위는 외국인 주민이라고 해서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다르지 않고, 경남도 긴급재난지원금이 경남사랑카드(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됐기 때문에 사용처가 도내 업체로 한정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지원금 취지에도 부합된다고 판단했다.

진정을 제기한 캐나다 국적 재외동포 A씨는 경남도의 불수용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A씨 부부는 외화벌이가 장려되던 1980년대에 캐나다로 취업 이민을 갔다가 지난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창원에서 쭉 지내고 있다. 이후 도내 한 생산업체에 다니며 경제 활동을 하기도 했으나 2018년부터는 경기 악화와 60대라는 나이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10년 동안 주민으로서 건강보험료는 물론 지방세, 재산세 등을 성실하게 냈던 만큼 억울함이 크다. 앞으로도 매번 지원에서 배제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며 “경남도의 이런 결정은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소장은 “선진국들은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에 체류 외국인 주민도 포함하고 있다”며 “다문화 다인종 공생 사회를 요구받는 우리 사회 현실에 비춰볼 때 유감스럽다. 특히 인권위 진정 당사자가 재외동포 체류자라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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