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월성 원전 삼중수소 유출 공방
[과학칼럼]월성 원전 삼중수소 유출 공방
  • 경남일보
  • 승인 2021.01.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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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지난 2019년 4월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지하 배수관 맨홀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물 1ℓ당 71만3000㏃(베크렐) 검출됐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보고서가 최근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월성 원전에서의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누출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18일 당 환경특위 양이원영 의원 등이 월성 원전 현장 조사 후 22일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문제와 관련, “알려지지 않은 비계획적 방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석대변인은 “문제의 핵심은 삼중수소 누출 원인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어디서 얼마나 누출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원전 운영사나 정부 규제 기관, 학계 모두 과학적 사실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여기에 야당은 “과거 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 불안을 부추긴 광우병 괴담, 사드 전자파 괴담과 다를 바 없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된 오염수의 방류와 관련하여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태에서 한쪽은 월성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다른 쪽은 국민을 선동하기 위한 괴담이라고 맞받는 형국이다.

1베크렐은 1초에 방사선이 하나 나오는 양이다. 한수원은 71만3000베크렐/리터의 삼중수소수는 수집과 처리를 위한 집수정에 있던 것으로 그대로 배출된 것이 아니고, 맨홀에 고인 물을 바로 회수해 리터당 13베크렐로 희석하고 배출했다고 밝혔다. 또 지하수라고 표현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물로 오해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지하배수로 배관 내부에 있는 물이고 규정농도를 만족시켜 배출한 것이다. 배출하지 않은 것을 배출하는 기준으로 적용해서 오해를 일으키고, 삼중수소 영향이 0.6마이크로시버트라는 정량적 양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위험을 주장하니 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노조위원장도 누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여권과 환경단체를 향해 “괴담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원자력 안전을 감시하는 환경단체에서는 이들 노조를 어용 노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차수막이 손상되었다고도 주장하고 있으나 한수원은 만약 차수막이 손상됐다면 바깥에 고인 물의 방사능 농도가 크게 올라가야 하는데, 차수막 밖에 고인 물의 방사능 농도가 2000베크렐이어서 공기 중의 삼중수소가 물로 옮겨온 정도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수조에서 누설됐다면 세슘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나왔어야 한다고 했다. 원자력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오히려 원전 인근 지역 감시 우물에서 주기적으로 측정한 삼중수소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내 삼중수소 허용치의 1/1000 이하로 나타났는데도 원전 위험성과 관련된 수치를 과장하고 침소봉대해 국민을 현혹한다. 방사선과 원자력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들의 혹세무민에 넘어가게 된다고도 발표하고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전문가들이 미량의 유기결합 효과까지 고려한 방사선 종류별 방출률(베크렐)과 인체 위해도(시버트) 간 상관계수를 정해 공표한다. 이 상관계수는 음식 섭취나 호흡을 통해 몸으로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신체에서 나가거나 소멸될 때까지 전신에 일으킬 수 있는 위해도를 종합해 결정한 것이다. 현재 월성 주민들에게 삼중수소가 주는 영향은 매년 바나나 6개 정도, 멸치 1g 정도 섭취할 때 받는 피폭의 생물학적 영향과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원자력 안전에 관한 의혹이 발표되어 물타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듣기에 따라서는 모두가 옳은 주장인 것 같다. 정상적인 배출 경로를 통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 유출은 농도가 어떻든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과거 광우병 파동이나, 사드 사태 때처럼 외부로 유출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을 유출된 것처럼 발표하여 공포심을 조장하는 일도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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