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현주소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현주소
  • 경남일보
  • 승인 2021.01.3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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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넥쏘 수소 전기차


수소경제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선박, 열차, 기계, 혹은 전기발전이나 열 생산 등을 늘리고, 이를 위해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저장하며 운송하는데 필요한 모든 분야의 산업과 시장을 새롭게 창출해내는 경제시스템이다. 석유와 가스와 같은 에너지에 의존하는 산업구조가 지니는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대와 관심을 모아왔다. 수소에너지나 수소경제 하면 떠올리게 되는 분야가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수소 차라 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수소 차 보급은 2019년에 188대에서 2020년 상반기에 1044대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나 아직은 그 보급 속도가 느린 상태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2020년 1~9월 세계 수소 차 시장에서 73.8%라는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수성했다는 보도는 우리나라 수소 경제의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과 기대를 가지게 해준다.

한국 수소산업의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기도 하고, 청정에너지의 활성화를 위해서 가야할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수소경제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수소경제가 활성화 되려면 튼실한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소생산 비용을 대폭 낮춰야 하는 것이 시급한 선결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소의 생산에서부터 운송과 저장, 그리고 활용에 이르기까지의 전주기에 걸친 산업 생태계 조성과 더불어 수소 인프라의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앞으로 수소가 석유처럼 일상적으로 쓰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공급이 원활해져야 하고 생산비 절감을 통하여 가격이 저렴해야 수소 경제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수소 차 보급을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 수소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해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50곳 미만인데다가, 이마저도 잦은 고장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를 총 31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그 실현은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실제적으로 아직까지는 수소충전소가 위험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수소충전소 부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강서 공영차고지 부지 내 수소생산기지 건립 계획의 경우, 주민 반발로 결국 무산된 것이 그 사례다.

수소경제의 구현을 가로막는 또 다른 큰 문제점은 수소의 생산비용이 화석연료의 2~4배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 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추출수소가 수소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수소는 그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해 수소경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야기된다. 그래서 정부는 2030년까지 추출수소의 공급 비중을 30%로 낮추고 그린수소의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친환경 수소) 생산 역량을 갖추는 것도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만드는데, 이 방법으로 생산한 수소는 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그린수소의 평균가격은 ㎏당 약 1만원에 달하는데, 약 1500원의 부생수소와 약 5000원의 추출수소보다 많이 비싸다. 국내에선 아직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의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수전해 기술이 부족하여 그린수소가 화석연료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최소 15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을 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이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를 보급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과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2040년까지 수소차를 620만대 보급함으로써, 한국의 총 자동차 대수인 2000만대의 30% 이상을 수소연료전지차로 대체하고 수소 충전소는 12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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