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질타하는 총리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질타하는 총리
  • 경남일보
  • 승인 2021.01.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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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제는 정부가 정한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할 때”라며 코로나19로 영업손실을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을 법제화할 것을 기획재정부에 지시했다. 민주당도 관련 법률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손실보상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한 달에 최대 24조70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는 연간 296조원으로 2021년 우리나라 예산의 54.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나라의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반박을 하자 “개혁 저항 세력”이라며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질타를 하고 혼쭐은 냈다. 기재부는 “(코로나 손실 보상을) 법제화 한 나라는 찾기 힘들다”며 버티다 결국 하루도 못 가 “총리 지시대로 준비를 충실히 하겠다”라며 차관이 대신 사과하면서 꼬리를 내렸다.

전문가의 의견은 무시하고 정권의 포퓰리즘에 의한 하명(下命)식 정책에 홍 부총리가 소신을 접는 일이 반복되니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지금처럼 정권의 압력에 순종하여 세인들의 비아냥만 싸고 있다면 기재부는 비전이 없다. “곳간지기 구박”이란 여당 대표의 말에서 기재부의 위상이 드러난다. 나라의 ‘곳간 지기 역할’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준엄한 의무이며 소명으로 기재부의 권리이며 권한이다. 이 권한과 권리가 무너지면 기재부가 무너지고, 기재부가 무너지면 나라 경제가 올바로 설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 중 하나이며 최고의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자신의 소명에 밤잠마저 반납하면서 헌신한 사람들 중 한 부류는 경제기획원(EPB)과 재무부 공무원들이었다. 이들은 서슬퍼른 군사정권 시절에도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국가 미래 건설에 굳건하였다. 독재로 얼룩진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까지도 경제관료들에게는 힘을 실어 주었다는 것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는 청와대 참모와 경제 관료였다. 이들은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소명을 다하였기에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청와대는 엘리트 대신 정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선거 공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기재부는 행시 수습 사무관들이 기피하는 부서로 전락하여 ‘미달 부처’가 됐다. 조직은 시스템에 의하여 움직여야 하고 시스템은 사람이 운영한다. 정부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들에게 시스템을 맡겨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특히 최고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국가 정책의 중추적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와 행정부처에는 전문가들이 앉아 시스템을 관리해야 한다. 코드에 따라 자리 나눔은 지양되어야 한다. 국정은 ‘정책’과 ‘운영’이라는 두 기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정책은 전문가에 의하여 수립·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운영은 정치가 하는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설픈 정치인들이 정책 결정들 주도하여 국가의 미래를 망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 최고의 엘리트인 전문가들이 국가의 미래 청사진(정책)을 설계하며 정치인들은 그 설계에 맞춰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과거 절대권력의 왕조시대나 제왕적 대통령일 때나 하는 것이다. 정부에는 각 행정부처가 있다. 분야별로 전문화된 행정부처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청와대에서는 참모진(전문 비서관)들의 검토를 거처 대통령이 결정하여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정치다. 한 나라 최고의 소신있는 전문가가 앉아야 할 행정부처 수장에 전문가는 보이지 않고 정치인만 보일 때 나라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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