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불어닥친 코로나19 감염증 3차 유행으로 정부는 확진자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심각한 병상 부족 때문이다.
정부가 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하자, 일부 병원은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총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 대비 5.5%이고, 병상은 9.6%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시·도별로 격차도 커서 울산광역시, 세종시 등은 공공병상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렇게 취약해진 공공의료는 지역 간 의료공급·건강 수준의 불평등, 상급병원 쏠림 등 비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 문제 등을 초래하였고, 코로나19 감염증 같은 국가재난 상황에 효과적인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민간의료기관과의 관계에서 중복투자라는 인식과 중요한 사회안전망을 경제성의 잣대로만 바라본 탓에 2013년에는 진주의료원이 폐쇄되는 뼈아픈 선택도 있었다. 그런데, 공공의료 확충은 감염병 대응 뿐 아니라 인구구조 등 미래 환경변화 대응과 민간주도의 의료공급체계 개선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공공병원은 국가재난 대응 표준 진료 및 원가분석, 지역거점 병원, 건강증진, 정책 Test-bed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문재인 케어가 완성되면 경상수지도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에 관한 국민과 정부의 인식이 바뀌었다. 지난해 6월 국립중앙의료원이 실시한 코로나19 경험 이후 인식도 조사에서 국민 70%가 의료서비스를 공적 자원으로 보았고,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 의견수렴 결과에서는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를 꼽았다. 때마침 지자체들의 공공병원 설립 의향이 증가하고 있고, 정부 예산당국에서도 최근에는 종전과 달리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2020년 12월13일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의료인프라 확충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번만큼은 과거의 실패를 재현해서는 안된다. 공공병원 설립 시 예비타당성 평가를 면제해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지방의료원 신·증축 시 재정이 열악한 시·도지역은 국고보조율 인상과 경영자율권도 보장해야 한다. 이렇듯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서 좌고우면 없이 나아가야 한다. ‘햇볕이 있을 때, 건초를 말려라’라는 서양 속담도 있듯이 국민적 여망이 가득한 지금이 공공의료 확충의 최적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