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작은 학교에 내리는 희망의 빛
[기고]작은 학교에 내리는 희망의 빛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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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수 (진주교육장)
 



작은 학교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늘어나고 있다. 함양 서하초와 진주 진성초에 이어 새해 들어서는 진주 미천초 신입생 증가에 대한 소식이 잇달아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한때 폐교 위기에까지 몰렸던 서하초, 진성초를 비롯하여 남해상주중학교가 교육부 공모 ‘농산어촌 참 좋은 작은 학교’에 선정된 것도 관심이 늘어난 된 이유 중 하나지 싶다.

이런 현상은 비대면 활동이 늘어난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도시 큰 학교에 대한 기성세대의 막연한 욕망에 대한 반성도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 경제적 성취를 이룬 이웃과 그 부류에 속해야만 안도하는 우리 삶. 역량이 아니라 학력으로 한줄 세웠던 교육, 아파트 단지와 도시 인근에 집중해 있는 학원들. 묵은 것보다는 새 것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욕망이 그런 현상을 더 부추겨 가는 건 아닐까? 이런 시류는 때때로 대단지 ‘메이커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의 자녀를 영세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과 같은 학구에 섞지 말라고 교육청에 항의하는 촌극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욕망을 잠시 내려두고 들여다보면 작은 학교는 도시 대규모 학교에서 누릴 수 없는 혜택이 너무나 많다. 학생 한명 한명에게 자신의 분신 같은 로봇을 쥐어준 후, 조립부터 운용까지 자신이 주도하게 하고 이를 체육, 과학 등 교과와 연계한 융합학습을 하는 것은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학교에서 관리하는 야외 생태학습장에서 체험학습을 하다가 출출할 즈음 고구마를 구워 나눠 먹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생태체험활동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파종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친구들과 협업하는 교육활동. 더구나 이런 각자의 장점을, 작은 학교끼리, 때로는 작은 학교와 큰 학교가 공동교육과정을 꾸려 공유하는 과정은 나눔과 공존을 가르쳐야 할 학교의 본모습이다. 도시의 천 명이 넘는 큰 학교에서는 실현하기 힘든 활동이다. 이러하니 실제 작은 학교 학부모 중 만족도가 낮은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작은 학교도 서너 가지 태생적 유형이 있다.

산업화의 물결로 취학아동이 없는 농산어촌의 학교. 도시에 인접해 있지만 도시화로 학령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경우. 도시 내에서도 주변 신축아파트 단지 등 새로운 생활 근거지로 이주하여 공동화된 옛 도심에 위치한 전통있는 학교.

이 세 가지 유형의 학교들은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까지 같은 건 아니다. 교육당국, 지자체, 지역사회의 역할과 책무성에 일정한 차이가 있다

우리 지역에 소재한 작은 학교에 요즘 들어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교육당국 뿐 만 아니라 지방정부, 공공기관, 지역사회와 언론 모두 작은 학교 살리기의 당위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살리기에 성공한 작은 학교들의 공통점은 각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새해에는 더 많은 작은 학교에 따스한 희망의 빛줄기가 내려앉기를 기대한다.


허인수 (진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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