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의 쓰레기를 치워주세요
산자락의 쓰레기를 치워주세요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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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는 시인, 소설가, 사회운동가인 마거릿 애터우드의 ‘그 순간’이라는 시가 있는데요. 여러 번 읽어도 와 닿는 것이 많더군요. 난 그저 지구의 방문객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기껏해야 100년 살고 가는 삶이지만, 지구라는 별의 생명들은 왔다가 가고 하는데요. 수시로 마음 아파하고, 즐거워 하는 그 모습들조차 하찮게 보이기도 하더군요. 아니, 지구 생명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을 알게 되는 거죠.

‘오랜 세월 동안 당신이/고된 일들과 긴 항해 끝에/자신의 나라, 자신의 섬, 수만 평의 땅, 수백 평의 집,/그리고 자신의 방 한가운데 서서/마침내 자신이 어떻게 그곳까지 왔나를 돌아보며/이것은 내 소유야, 하고 말하는 순간, //그 순간 나무들은/당신을 감싸고 있던 부드러운 팔을 풀어 버리고/새들은 다정한 언어를 거두어들이고/절벽들은 갈라져 무너지고/공기는 파도처럼 당신에게서 물러나/당신은 숨조차 쉴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니야, 하고 그들은 속삭인다./넌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어,/넌 방문객일 뿐이었어…./’

풀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여태껏 방의 화분에 심겨진 풀 나무들도 모두 나의 소유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더군요. 나는 그저 잠시 그 생명들을 보살필 의무와 권리가 주어졌을 뿐, 내가 그들을 가지고 진정으로 소유한 것은 아니었더군요. 자연의 풀 나무들도 그랬던 거죠. 그저 주변에 있어 흔한 존재로 알고 있었을 뿐,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어느 날 문득 바라보며, 자신의 처지와 삶을 대조해 보는 계기도 될 것이고, 또 바라본 순간 깨닫게 되는 어떤, 무엇이 있기도 하죠. 그래서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더없이 사랑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죠.

출근 길에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겨울이라 숲자락이 훤히 보이더군요. 당연히 숲 속은 낙엽이나 흙이 땅색으로 보여야 할 텐데, 스트로폼이나 플라스틱 등 쓰레기들이 보이더군요. 아마도 봄이 되고 풀과 나뭇잎이 새록새록 피어나면 가려지겠죠. 그러다 겨울이 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낼, 아픔이었어요. 우리가 자연을 이렇게 대하고 있었구나 싶더군요.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이 치울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지자체에서 길가에 피어나는 잡초를 뜯는 공공근로 하시는 분들에게 부탁하면 어떨까 싶더군요. 적어도 도시의 산자락이 자연스럽게 숲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그걸 바라보는 시민들에게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편안한 마음과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요.

이규태 선생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쓰레기 처리 문화가 썩여 없애는 문화이고,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풍토가 오랜 전통이라면, 그런 전통은 쓰레기처럼 치워야 할 일인데 말이죠. 도시에선 쓰레기 분리수거니 재활용이니 하지만 산자락에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남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러다가는 여태껏 생각해 왔던 깨끗하고 산뜻한 숲은 온데 간데 없어질 성싶기도 하고요.

우리는 환경오염 하면 산업 폐기물이니, 공장 오폐수니, 자동차에서 뿜어 대는 배기가스만을 생각하는데, 어딘가 청정한 곳에서 환경오염은 벌어지고 있어요. 겨울 숲자락이 쓰레기를 보여주는 것은 누군가에게 치워달라고 몸으로 항변하는 것 같더군요. 우리 옷이, 몸이 더러워지면 그새 씻어내는 것과 같이 숲자락이 더럽혀지는 것은, 산림윤리를 모르는 사람들의 짓이겠지만, 그것을 치우는 것은 우리의 몫일 수 있다는 것을요.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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