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자란 열매는 새로운 씨앗으로
3년 동안 자란 열매는 새로운 씨앗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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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2021년 신축년이 되었다. 아르바이트 지원서 나이 칸에 22살을 적고 지운다. 고쳐 적은 23살이 낯설기만 하다. 벌써 23살 대학교 4학년이자 취준생이 되었다. 올해의 나는 허망하게 시간만 보낼 수 없다는 뜻이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올해는 첫 곡도 골라보았다. 고심 끝에 고른 김세정의 ‘꽃길’을 들으며 행복한 2021년을 꿈꿨다. 첫 곡 덕분인지 매년 경쟁률이 치열한 관공서 아르바이트생으로 뽑혔다. 기분 좋은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마치 꽃길이 눈 앞에 펼쳐진 것만 같았다.

활기차게 시작한 2021년이지만, 마무리해야 하는 일도 있다. 나는 2021년 2월을 끝으로 학보사 편집국장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 생각해보니 학보사에 들어온 지 3년이 흘렀다. 이곳에 들어와서 새긴 교훈은 하나다. ‘학생 기자 활동은 바쁘다’ 3년 동안 공간 시간이 주는 자유로움과 학과 활동을 당연히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이 시간을 후회하진 않는다. 3년 동안 취재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글을 써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 스트레스 받고 인간관계에 회의감도 느껴보았다. 힘들어 지쳤을 때는 내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버텼다. 학보사 기자가 아니었으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다.

이제 ‘학생기자’ 타이틀이 없다고 생각하니 막막하지만 후련하다. 학생기자로 대학과 학우들 사이 소통창이었던 내가 평범한 대학생이 된다니까 막막하다. 그래도 학생기자로 부담스러웠던 순간이 이젠 없다고 생각하니 후련하다.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할 만큼 학보사는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그래도 내 마지막이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이라 영광스럽다. 물론, 떨쳐내지 못했던 부담감과 나의 부족으로 생긴 갈등 때문에 완벽한 영광이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작년에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책임감에 짓눌린 나를 생각하면 아직도 부끄럽다.

매년 새해가 되면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올해는 유독 어색하다. 커다랗게 나를 포장하던 학생 기자 타이틀을 내려놓으니 헐벗은 기분이다. 나는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와 임시로 자기소개서와 지원서를 작성해 본다. 지원서에 경력 사항을 적는 칸에 ‘학보사 학생기자’를 채워 넣었다. 정리하니 한 줄밖에 되지 않는 활동이란 생각에 허무하다. 그러나 짧은 한 줄이 가진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3년 동안 이곳에서 배운 경험과 느낌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도움되지 않을까. 나는 기대한다.

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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