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폭력 사건이 우리에게 준 교훈
다시 성폭력 사건이 우리에게 준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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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다가오는 4월 7일이면 부산시장,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이 선거를 치르게 된 이유는 ‘성폭력 사건’이다. 국민의 혈세를 들여 재선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 정치 리더들의 공통적인 이유가 성폭력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가 없다.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사건 등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들이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니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게다가 2018년도 시장후보였던 페미니스트 여성 후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활동하던 정치인이 당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마저 있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문화, 뿌리 깊은 잘못된 가부장제 문화, 권력으로 인한 성폭력 문화 구조속에 예외는 없었다.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는 정당에서 조차도 말이다.

지난달에는 현직 국회의원을 소속당 당대표가 성추행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래서 그 당대표는 직위해제 되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성폭력 사건에 염증마저 느껴진다. 또한 사건이 일어난 정당은 성평등 정당이라는 기치로 매년 열심히 성평등 교육을 해 온 소위 진보 정당이었기에 그 충격을 더 컸다. 당내 강령과 교육만으로는 성폭력의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 것일까? 다시 정당 및 정치권은 초심으로 돌아가 성폭력근절을 위해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인지 더 깊고 많은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 사회가 그 많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보며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한다면 해결과정의 변화라 생각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아예 말하지 못하는 경우, 미투하고도 피해자가 조직을 떠나고 가해자만 그 조직에 남아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우리는 한 정당의 성폭력 사건 해결과정을 보면서 우린 좀 다른 해결방법을 경험하게 되었다. 진보를 표명했던 공당이라 부담감이 더 컸으리라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당내 해결, 가해자의 반성, 가해자 처벌 조치, 피해자 중심의 해결 과정이 존재했다.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공동체내 2차 가해 제보방법에 대한 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자 “숙고가 부족했다”는 반성을 하며 돌아보기도 했다. 피해자 역시 피해자다움에 억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로 복귀해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상처는 남았지만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부딪치며 일어서야 하는 지를 배운 셈이다.

돌아보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용기있는 증언이,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가, 계속되는 미투 운동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있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으니 일상으로 복귀될 수 있도록 돕고 가해자는 반드시 처벌되니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변화가 먼 일처럼 느껴지지만 우리는 이미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알게 되었다. 성범죄는 한 인간의 인격과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는 범죄다. 많은 사건들을 통해 인격과 존엄을 짓밟는 폭력이 어떻게 반복될 수 있는지도 우리는 보았다. 따라서 반드시 성범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더 깊이 성찰하고 더 근본적으로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평등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억압받지 않는 아름다운 공동체 이루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 필요하다면 부딪쳐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며 보안해 나가도록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는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들이 이 사회를 성평등한 사회, 위계에 의한 갑질없는 사회로 만들 것이다. 누구나 위계없이 주인답게, 차별없이 당당하게 따뜻한 사회를 위해 오늘도 한발 한발 나아가길 희망한다.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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