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도전, 그 사이의 간극에 대하여
두려움과 도전, 그 사이의 간극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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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남 (성심정공 대표)
 

컴퓨터와의 첫 만남은 대학 때이다. 벚꽃이 만발한 봄날 토요일 컴퓨터 수업이 있었다. 관심도 없는 과목이라 수업은 재미가 없었다. 수업보다 캠퍼스에 꽃들,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나의 눈과 귀를 빼앗아 갔다. 지루한 수업 중 교수님께서 “앞으로는 컴퓨터가 발전해 점점 배우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손을 번쩍 들고 “교수님, 저는 그럼 그때 배울래요”라고 말했다. 그것으로 컴퓨터와의 인연이 끝났다. 두 번째 만남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이다. 학교숙제로 컴퓨터를 활용한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진주교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해서 수업을 들었다. 대학 이후 다시 시작한 수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더듬거렸지만 아이들은 더 금방 익혔다. 나는 메일주소 만드는 정도의 수준에서 수업이 끝났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 회사에 나가 일을 도우면서 메일 보기, 전자 세금계산서 발급, 홈택스, 은행 업무까지 컴퓨터를 활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컴퓨터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이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마치 아이들이 어릴 때 내가 읽어주던 동화인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은집 이야기’에 나오는 작은집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는 부가세 신고를 위해 종이 세금계산서 받으러 간 거래처에서 “전자세금 계산서가 편해요, 요즘은 다 전자세금계산서 사용하고 여기만 종이 세금계산서 발급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올해 첫 목표를 전자세금 계산서 발급하기로 계획하고 발급에 도전했다. 먼저 유튜브에서 몇 개의 영상을 찾아 듣고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 등록증을 재발급받았다. 세무서에서도 번호표 발급기가 모두 키오스크로 바뀌어 있었다. 더듬더듬 간신히 일을 해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은행 업무도 사이트에 접속해서 해야 한단다. ‘그래 해보자,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모르는 부분은 아들에게 물어가며 공인인증서 발급을 받고 홈택스에 들어가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 변화를 준비한 자는 변화가 더디게 오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 변화가 빠르다고 했던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라는 것도 아니고 편리하게 쓰라고 개발한 좋은 프로그램을 왜 활용을 안 하냐 하는 아들의 말이 머리를 때린다.

드디어 ‘전자세금 계산서 발급 완료’를 하고 나니 아무 것도 아닌 일이 하기 전에는 왜 이리 힘들었는지, 이제 또 무엇에 도전해서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꾸어 볼까.

김성남 (성심정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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