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을 보고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한다
각자의 입으로 다른 말을 하는데
매번 이 일 때문에 싸운다
-정이향 시인, ‘부부’
최근에 스페인 영화 ‘늑대의 살갗 아래’를 봤다. 영화의 시놉시스는 생략하기로 하고 결혼의 형식을 떠올린다. 마르티논의 첫 번째이자 죽은 아내 파스쿠알라와 그녀의 동생이자 마르티논의 두 번째 아내가 된 아델라가 사는 방식이다. 극 중 인물 간 대사는 극도로 생략되었다. 함께 늑대 가죽을 손질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지만 대화가 없다. 아니 대화 방식을 모른다. 마르티논은 아내에게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말은 비극적이다.
영화 속 시대와는 다르지만, 부부의 형태로 사는 것, 또는 함께 사는 일의 지속은 결코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나 누가 더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가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통하며 사랑하기 위한 이론을 학습하고 연습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연속되어야 한다. 생각해 보라. “한곳을 보고 있”는 이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소통은 같은 점을 지향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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