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지리산이 빚어내는 산청곶감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지리산이 빚어내는 산청곶감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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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곶감


옛날 어느 산속 절에 노승이 있었는데, 그는 맛있는 곶감을 벽장 속에 감춰놓고는 혼자만 몰래 꺼내 먹곤 하였다. 그러다가 나이 어린 동자승에게 들키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어린 너희들이 먹으면 배가 아파 죽는다.” 그런데 아주 영리한 동자승 하나가 노승이 볼일을 보러 마을로 내려간 사이에 벽장 속의 곶감을 꺼내 먹어보았다. 한 개를 먹고 나니 맛이 너무 좋아 하나 하나 먹다보니 남은 곶감을 다 먹어 버리고 말았다. 다 먹고 난 후에야 큰일이라고 생각한 동자승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노승이 무척 아끼는 벼루를 꺼내 절 앞마당에 냅다 던져 깨트려 버리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끙끙 앓는 척을 하였다. 저녁때가 되어 노승이 돌아와 절 마당에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벼루가 박살이 나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는 “어느 놈이 내 귀한 벼루를 깨놨느냐?”며 노발대발하였다. 그러자 그 동자승이 울먹이며 대답했다. “스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잘못하여 스님께서 그리 아끼시던 벼루를 깨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죽기를 작정하고 벽장 속에 있는 곶감을 다 먹어버렸습니다.” ‘스님과 곶감’이라는 동화의 내용이다.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전래동화도 있지만, 곶감을 주제로 한 속담도 여럿 있다. 애써 모아 둔 재산을 조금씩 헐어 없앤다는 뜻으로 쓰는 ‘곶감 꽂이에서 곶감 빼먹듯’이라는 속담에서부터, 당장 먹기 좋고 편한 것은 그때 잠시뿐이고, 정작 좋고 이로운 것은 못 된다는 의미로 쓰이는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라든가, 잇따라 먹을 복이 쏟아지거나 연달아 좋은 수가 생긴다는 뜻으로 쓰이는 ‘곶감 죽을 먹고 엿목판에 엎드러졌다’ 등이 그러하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곶감의 효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해놓고 있다. “곶감은 몸의 허함을 보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체한 것을 낫게 한다. 주근깨를 없애고 허혈을 삭히고 목소리를 곱게 한다.”

‘지리산 산청 곶감’은 2016년부터 5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최우수로 뽑힌 고종시(高種枾)로 빚는다. 우리나라에는 산청의 고종시를 위시하여 상주의 둥시, 청도의 반시 등 200여종의 감이 재배되고 있지만 고종시는 모양이 방추형이고 품질이 매우 우량한데다가 씨가 없어서 곶감으로 빚었을 때, 씨를 발라내는 번거로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가장 부드러운데다가 말랑말랑하면서 쫀득하고 찰진 식감이 국내 최고로 꼽힌다. 더군다나 지리산 자락의 토양과 기후는 감 재배에 최상의 환경일 뿐만 아니라 곶감을 빚어 건조할 때에 낮엔 영상 7℃ 전후이고 밤엔 영하 10℃ 이하로 내려가 그 일교차가 곶감 건조에 최적이어서 당도 50 브릭스 전후로 단맛도 으뜸으로 평가된다.

또한 산청곶감은 지리산 자락의 청정한 기후에서 평균 45일 간 주로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다보니 주황색 빛깔이 선명하며 곶감 분(시상)이 뽀얗고, 냉장이나 냉동 보관 시에도 변색이 되지 않을뿐더러 냉동으로 숙성하면 그 맛이 배가되는 특성이 있다. 오늘날 산청곶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수확한 고종시의 껍질을 벗긴 다음에 원추모양으로 고리에 끼워 덕장에서 자연건조에 들어가 40일 후에 내린 후에 종 모양으로 앉혔다가 다시 도넛모양으로 3차례의 손질을 거치는 등 평균 12번 이상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곶감으로 완성된다. 산청 일원의 1300여 가구에서 빚어내는 지리산 산청곶감은 연간 생산량이 2700여 톤으로, 상주와 영동에 이어 3위지만, 품질이나 식감이 뛰어나다보니 백화점 등에서 국내 최고가에 팔리고 있다. 산청군이 지난 1월 7일부터 17일까지 11일간 온라인축제 전용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진행한 산청곶감축제에서 300억원의 판매 기록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 산청곶감작목연합회 최호림 회장은 앞으로 산청곶감의 품질 향상을 위한 건조장의 시설개선과 생산시기의 조절이 가능한 재료 감의 저장시설 확충 등의 시설투자와 함께, 곶감 외에 이미 제품화에 성공한 ‘홍시젤리’처럼 보다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감을 주원료로 하는 감 양갱 등, 신제품의 연구 개발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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