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 문병기
  • 승인 2021.02.07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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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이 있다.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어이없는 상황을 비유할 때 자주 쓰인다.

요즘 인천지역 일부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작태를 보면 이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는 것도 모자라 아예 밥상을 엎으려했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그 밥상을 빼앗아 간다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은 까맣게 잊은 채, 상대를 공격하는 데 혈안이 된 모습들이 왠지 측은하기까지 하다.

이들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펄쩍 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영제 국회의원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 10조 9항을 ‘항공기정비업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는 제외’라고 명시했다. 또한 한국공항공사법 개정안에도 ‘항공 산업의 육성을 위한 사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임을 삽입했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항공 MRO사업에 나서면 안 되고, 항공 산업은 한국공항공사가 아니라 정부가 육성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주요 골자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천이 꿈꾸는 항공MRO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자 인천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일부 국회의원은 물론 지역사회단체까지 가세해 하영제 의원을 맹비난 하고 나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항공기정비업을 원천 봉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게 그 이유이다.

여기에 그치치 않고 ‘하 의원이 경남도민의 민심을 자극해 인천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이 법안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로남불,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따로 없다. 항공MRO사업을 두고 먼저 싸움을 걸어온 쪽은 인천이다. 지난해 6월, 인천 출신 더불어 민주당 윤관석 의원 등이 집권 여당의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항공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이란 그럴듯한 말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사천 항공MRO사업을 인천으로 가져가기 위한 꼼수였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당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더라면 어찌 됐을까. 항공MRO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사천이나 경남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사천시는 물론 경남도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제 밥그릇을 빼앗겠다는 데 두 눈 뜨고 바라만 보고 있을 바보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불행 중 다행스럽게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가 장기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했다. 국회 통과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폐기됐어야 할 이 법안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 불씨가 또다시 광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제 터질 지도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경남도민들은 그래서 초조하고 불안하다.

하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목적은 분명하다. 남아 있는 불씨를 사전에 제거하자는 것과, 인천이 사천 항공MRO사업을 넘보거나 빼앗아 갈 수 없도록 대못을 박자는 것이다.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는 경남도민의 염원과도 일치한다. ‘신의 한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남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뿌리이자 미래이다. 힘으로 판을 뒤엎으려는 저급한 행동은 당장 그만 둬야 한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더니, 참 낯 두껍고 뻔뻔한 사람들이다.

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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