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지방대학의 위기와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
[아침논단]지방대학의 위기와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1.02.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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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지방대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을 언급할 때마다 단골 소재였다. 관련 기관들이 나름대로 묘안을 짜냈지만 허사였다. 위기는 2021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극명하게 드러났다. 평균경쟁률 3.0도 되지 않는 대학이 속출했다. 경상대는 평균 경쟁률 3.47대 1로 도내 최고를 기록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경남지역 대학들의 평균 경쟁률은 2대 1을 겨우 넘어 정원의 10% 이상 미달하는 대학이 태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라고 하던 속설이 진실이 되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KBS창원방송총국은 2월 5일 방송된 ‘토론경남’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필자는 토론자로 참석하여 지방대학이 처한 현실과 대학, 기업체, 정부 및 지자체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먼저 대학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학과로 구조개혁을 시행하고 대학 통합·학과 통합을 통한 자율적 구조조정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 기존의 대학 역할과 조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기반으로 국민의 평생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외국 산업인력 교육 등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 대학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부나 기업체의 노력도 지속될 수 없다. 지자체, 기업체, 대학이 함께 지역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창출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 한편 국가거점국립대학들은 기초보호학문 분야를 유지·발전시켜야 하며 구조개혁을 실행한 역내 중소대학에 기초교양교육을 제공하여 학령인구 감소의 위기를 연착륙시켜야 한다. 경상대는 교육부의 지원으로 경상남도와 함께 ‘경남공유대학’을 신설하여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경남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을 이미 시작했다.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초중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OECD 상위권 수준인 반면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9년에 정부재정을 수도권 대학이 평균 225억원을 지원받은 데 비해 지방대학은 절반 수준인 121억원이었다. 인구감소에 대비한 정원 감축도 지방대학에 가혹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감축한 정원 3만 6100명 가운데 지역대학에서 2만 8400명(78.5%)을 줄였으나 수도권대학은 거의 감축하지 않았다. 정부는 공기업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의무화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분소의 설립과 이를 이용한 신입사원 채용, 전문인력의 예외 조항을 통해 법적 채용의무를 공공연히 무시했다. ‘보다 적극적인 지방대학 육성정책(Affirmative Action Policy)’들을 과감하게 도입해야만 한다.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준비되고 있는, 30%는 현재대로 선발하고 추가 20%는 수도권 이외의 타 지방에서 선발하는 새로운 ‘지방대 육성법’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 한계에 다다른 대학이 자발적·정상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는 법적 장치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인력의 수요자인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지 못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인력 양성에 투자하고 깊이 관여해야 한다. 지역대학 졸업생 우대정책에 기업체도 동참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은 국토의 균형발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균형발전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지방대학 육성이다. 즉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위기이자, 국가 전체의 위기이다.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가 함께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에 위치해 있지만 세계적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지역의 자랑이다. 그 자랑스러운 대학이 다시 지역을 먹여살리고 지역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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